이렇게 제화공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사정에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수료 독식' 문제가 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가져가는 과도한 수수료가 제화공들을 점점 더 극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겁니다.
홍주환 기자입니다.
【 기자 】
수제화 업계는 총 4중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화공이 구두를 만들어 소속 하청업체에 주면, 하청업체는 이를 원청 구두업체에 납품하고, 다시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유통업체로 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수수료입니다.
먼저 유통업체가 구둣값의 40%가량을 수수료로 떼어갑니다.
이후 제화업체가 40%, 하청업체가 15~20% 정도를 가져가고 나면, 제화공이 손에 쥐는 건 2~5% 남짓입니다.
30만 원짜리 구두 한 켤레가 팔리면 40년 경력 제화공은 겨우 8천 원 가져가는 겁니다.
▶ 인터뷰 : A 씨 / 제화공(경력 40년 이상)
- "10만 원 벌려면 밤늦게까지 뼈 빠지게 일해야 해요. 백화점에서 몇십만 원에 팔면 뭐합니까. 기술자가 받는 건 몇천 원인데…."
하청업체들도 지금 구조로는 제화공들의 처우개선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하청업체 관계자
- "제일 문제가 홈쇼핑…. (수수료가) 너무 높은 거죠. 근로자나 하청업체가 희생 안 하곤 운영될 수가 없는…."
유통업체들은 수수료율이 높지 않다면서도 공개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유통업체 관계자
- "확인해봐야겠지만…. 수수료는 외부에 공개를 못 하게 돼 있는…."
문제가 이렇게 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수료 실태조사에 나섰고, 다음 달 조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 인터뷰(☎) :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 "판매수수료 외에도 부담하는 비용이 좀 있거든요. 실제로 납품업체가 얼마 가져가고, 유통업체가 얼마 가져가나. 실질 수수료율이라고 해서 조사…."
하지만, 업계 자율로 정하는 수수료를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하긴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최인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 "과도한 수수료가 드러날 경우, 당과 정부와 청와대, 유통업체·수제화 관련 업체들이 다 모여 인하를 실질적으로 논의할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퇴직금과 4대 보험, 최저임금도 없는 제화공들의 '기울어진 노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홍주환입니다. [thehong@mbn.co.kr]
영상취재 : 박준영·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한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