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정부가 우체국과 대학, 은행 등 기관투자가의 벤처펀드 출자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투자를 꺼리고 있습니다.
위험한 벤처기업에 왜 투자하느냐는 겁니다.
김형오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현재 우체국 보험 적립금은 한국창업투자조합과 신기술투자조합에는 투자할 수 있지만, 벤처투자조합에는 투자가 불가능합니다.
사립대학 적립금도 적립금의 50%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수 있지만, 벤처펀드에는 출자할 수 없습니다.
중소기업청은 내년 중으로 이런 제도를 개선하고, 은행과 보험사가 벤처펀드에 출자할 때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홍석우 / 중소기업청장
- "미국은 벤처투자 가운데 기관투자 비율이 85%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0%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이들 기관투자가가 벤처투자에 나서면 제2의 벤처 붐이 일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관투자가들은 떨떠름한 표정입니다.
▶ 인터뷰(☎) : 우정사업본부 관계자
- "내년 여름까지 계속 경기가 안 좋아진다고 하면 투자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훨씬 더 보수적으로 해야 하니까 아직 (투자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체국 보험이 올해 중소 벤처에 투자한 건수는 한 건으로 금액은 100억 원, 전체 적립금 20조 원의 0.05%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우체국 보험 특별회계법상 벤처투자액은 전년 당기순이익을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어, 내년 투자규모는 커야 500억 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6조 5천억 원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사립대학들도 벤처 투자에 난색을 표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사립대학 자금운용 관계자
-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범위가 있고,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어요. 나라에서 (규제를) 열어놓는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것보다는 좀 검토해봐야겠죠."
자산건전성 악화로 대기업 대출까지 꺼리는 은행
▶ 스탠딩 : 김형오 / 기자
- "결국,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는 공염불에 그치거나, 이른바 잘나가는 벤처기업에만 돈이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mbn뉴스 김형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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