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
2년 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골자인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했던 발언입니다.」
「집값 잡기의 선봉장인 김 장관은 지난해 종부세율을 올리는 9·13 대책도 쏟아냈지만, 시장은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천123만 가구로 절반이 조금 넘는 56.2%가 내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219만 2천 명에 달했습니다.
1년 전보다 7만 3천 명, 3.4%나 늘었죠.」
「통계청은 그나마 다주택자 증가 폭이 둔화됐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주택을 5채 이상 가진 사람이 전년보다 2천 명 늘어난 걸 보면, 다주택자 규제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정부의 자평은 이해가 잘 안 가는 게 사실입니다.」
정부는 최근 민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무주택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지만, 정작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기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앵커멘트 】
서울 강남 아파트 청약의 당첨 가점이 70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대나 40대 초반은 꿈도 꾸기 어려운 점수죠.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기종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강남에서 최근 분양한 한 아파트.
「청약 당첨자 최저점이 69점, 평균 70점을 넘었습니다.」
「4인 가구에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모두 만점이어야 얻을 수 있는 가점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아파트보다 수억 원 정도 저렴해 이른바 '로또 청약' 수요가 대거 몰린 결과입니다.
▶ 스탠딩 : 이기종 / 기자
- "실제 서울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값은 1년도 안 돼 「3억 7천만 원 이상 올랐고, 전국 평균으로도 7천만 원 넘게 상승했습니다."」
분양가를 묶었지만, 집값 안정에는 사실상 실패해 당첨자에게 시세차익만 몰아준 셈입니다.
하지만, 청약가점이 낮고 자금도 부족한 무주택자들에게는 남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30대 무주택 청약 신청자
- "아예 되지도 않더라고요. (당첨돼도) 대출받아도 3,4억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아무리 작은 데로 해도…"
▶ 인터뷰 : 권일 /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 "기존 주택값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분양가만 낮아지는 효과가…, 매물이 귀해서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가 끝나는 내년 4월 말 이후엔 공급 부족에 집값 상승까지 겹칠 경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 [ mbnlkj@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