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삼림이 잇단 대형 화재로 사라지는 가운데 이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검은 연기가 빙하를 녹여 기후 온난화마저 가속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브라질 정부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아마존 화재가 속출하면서 심각한 기후 문제로까지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립우주개발연구소(INPE)에 따르면 지난 1~7월 화재로 사라진 아마존 삼림 면적만 3440㎢가량이다. 서울 면적(605㎢)의 6배에 가까운 규모다.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뉴턴 드 마갈레스 네토(Newton de Magalhaes Neto) 박사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쳐에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일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 중인 화재 피해로 대량의 연기들이 안데스 산맥 지역으로 운반돼 고지대 빙하를 빠르게 용해시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안데스 산맥은 남태평양 연안을 따라 납북으로 뻗은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중남부 고지대를 중심으로 빙하가 덮고 있으나 기후 온난화로 빠르게 녹고 있다. 빙하 연구자들 사이에선 "20년 내에 안데스 빙하가 완전히 녹아버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번 연구는 2000~2016년에 아마존 일대에서 발발한 화재 피해 데이터에 기반해 진행됐다. 아마존 일대 대형 화제로 발생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이동해 안데스 산맥 빙하를 녹이는 과정을 관찰하고 이를 모델링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화재 피해로 발생하는 에어로졸이 안데스 빙하를 덮게 되면 빙하가 빛을 반사하기가 힘들어 진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부유하는 고체나 액체 미립자로, 검은 탄소와 먼지 입자 등이 이에 속한다. 이처럼 검은 탄소와 먼지 입자가 증가해 빙하가 빛을 반하지 못하게 될 수록 빙하 용해율은 늘어난다.
뉴턴 드 마갈레스 네토 박사는 "화제 연기가 운반하는 검은 탄소와 먼지 입자로 빙하의 알베도(물체 표면에 도달한 단파 태양 복사량과 이로부터 반사한 단파 태양 복사량 비율) 감소 정도를 조사했다"며 "에어로졸 농도가 높아질 수록 태양 빛을 반사하는 알베도가 감소해 빙하 용해율이 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은 탄소와 먼지 입자가 쌓이는 것만으로 연간 빙하 용해율은 각각 3~4%가량 늘고 있었다. 두 물질이 뒤섞일 경우 6%까지 증가했고, 농도가 높아질 수록 최대 12~14%까지 연간 용해율이 늘었다.
현재 아마존 삼림 파괴의 주범은 브라질로 꼽힌다. INPE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아마존에서 발생한 화제만 4만여건으로, 지난해 대비 80%가량 급증했다. 지난 8월엔 아마존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가 2700km가량을 이동해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 상공을 뒤덮었던 바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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