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기획한 권지혁(35·사진) 홈플러스 바이어는 경쟁사가 700원짜리 물티슈로 주목을 받을 때에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써보면 금방 알 수 있는 품질 측면에서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범용 물티슈이지만 아기들에게 사용하는 베이비용으로도 써도 될만큼 품질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물티슈 시장에서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보기 드물게 대박을 친 권 바이어를 직접 만나봤다.
"선배들이 다 지원해 주고 가르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인터뷰가 처음인 그는 무척 겸손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권 바이어가 일상용품 팀에 합류한 지는 2년이 채 안 됐다. 하지만 올해로 입사 9년차인 그는 점포 운영기획과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며 쌓은 내공이 탄탄했다. 특히 요즘 소비자들에게 '가격과 품질'은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단가만으로 경쟁하면 일시적인 매출 상승 효과는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재구매는 일어나지 않고 결국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봐요.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거든요."
권 바이어는 연간 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물티슈 시장을 눈여겨봤다.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도시락 판매 규모와 맞먹는 규모에 성장성을 자랑하는 물티슈 시장이었다. 4가지 타협 불가능한 원칙을 세웠다. ▲1000원 균일가 유지 ▲기존 및 경쟁사 보다 무조건 품질이 높을 것 ▲직거래로 최대 마진을 확보할 것 ▲위생과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 시그니처 물티슈를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그가 마음 먹은 것이었다.
홈플러스는 시그니처 물티슈를 지난 9월 26일 출시한 후 지금까지 280만개를 팔아치웠다. 날개 돋힌 듯 팔린 시그니처 물티슈 덕분에 홈플러스 물티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대비 20%가 늘었다. 대형마트 업계가 침체된 요즘 두 자릿수 성장률 자체가 놀랍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권 바이어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자신이 세운 원칙과 타협하지 않고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러다가 '물티슈 명가' 제이트로닉스와 어렵게 연이 닿았다. 제이트로닉스는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 보유 업체로 관련업계에선 알아주는 곳이다. CGMP는 강화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으로 미국 FDA가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을 말한다.
권 바이어는 "국내 CGMP 인증 보유 업체 3곳 중 유일하게 물티슈 단일 품목으로 CGMP 인증을 획득한 곳이 바로 제이트로닉스"라며 "이런 업체와 손잡은 것 자체가 행운이다"고 말했다.
공장을 방문한 권 바이어는 물티슈 원단 관리부터 남다른 제이트로닉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물티슈는 원단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하지만 어떤 업체들은 원단을 차양막도 없고 방풍도 안 되는 외부에 보관하는 곳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제이트로닉스는 남달랐다. 아예 원단이 땅에 닿지 않도록 공장 2층에 보관해뒀다. 이는 과거 반도체 사업을 한 제이트로닉스 대표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를 다룰 때 중요시하는 위생과 안전을 제일로 삼아 물티슈 원단도 세심하게 관리했다.
제이트로닉스가 보유한 기술력도 남달랐다. 물티슈 원단에 정제수를 뿌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단 전체에 균일하게 물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제이트로닉스는 이같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엑스트라 티슈가 딸려오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있었다. 시그니처 물티슈가 고품질을 담보로 한 히트 상품 반열에 올라선 비결이다.
권 바이어가 시그니처 물티슈를 두고 베이비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고 말한 자신감의 근거에는 두 가지가 있다. 7단계 과정을 거친 정제수와 '미친 두께감'이 그러하다.
통상 물티슈는 일반(범용)과 베이비용으로 구분된다. 이 둘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평량(GSM, Gram per Square Metre)이다. 평량이 55~60gsm 이상이고 엠보싱 원단일 경우에는 베이비용으로 구분한다. 반면 평량이 50gsm 미만이고 플레인 원단을 사용하면 범용으로 분류된다.
이 때 1000원짜리 물티슈의 평량은 보통 30~35gsm이다. 그러나 시그니처 물티슈는 50gsm으로 만들었다. 같은 가격 대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일 뿐 아니라 베이비용 물티슈에도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단 한번 써보기만 하면 아는 일이잖아요. 내 아이 피부에 닿아도 문제가 없는지, 물티슈 전체에 물이 골고루 스며들었는지, 또 한 장 한 장 물티슈를 뽑아 쓸 때 뽑지 않은 엑스트라 티슈가 나오지 않는지…. 고객이 단 돈 1000원이라도 쓴다면, 우리는 좋은 제품을 제공해야한다는 목표를 갖고 최고의 가성비 제품을 개발하려고 했어요."
시그니처 물티슈의 출시 당시 권 바이어가 연간 판매 목표 수량으로 잡은 것이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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