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변석수 교수(왼쪽),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김명 교수(오른쪽). |
전립선암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령, 인종, 가족력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고 환경적인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약 9~13%의 전립선암이 가족력을 가진 유전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 이에 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환자들의 유전성 전립선암 유병률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변석수 교수팀과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김명 교수팀이 한국인 환자들의 유전성 전립선암 유병률에 대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1102명의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립선암 가족력에 대한 가계도를 전향적으로 작성해 유전성 전립선암의 유무를 분석한 결과,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은 8.4%(93명), 그 중에서도 직계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은 6.7%(74명)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한국인에서도 가족성 전립선암의 유병률이 서구에서의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9~13%)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암 가족력은 조부, 아버지, 형제, (외)삼촌에서 발병, 직계 가족력은 아버지 및 형제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 특성을 분석해보았을 때, 가족성 전립선암 환자들의 발병 연령은 평균 63세로, 비가족성 전립선암 환자들의 평균 발병 연령인 66세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지만 예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전립선암 환자들의 유전체 변이 발현을 비교한 결과다. 면역조직염색법을 통한 비교 결과, 종양 억제 유전자 단백질(tumor suppressor gene protein)로 알려진 p53의 변이가 비가족성 전립선암 그룹(0.3%)에 비해 가족성 전립선암 그룹(1.6%)에서 더 흔하게 발현되는 경향을 보였다. p53이란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인자로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p53 단백질이 변이를 일으키면 종양 억제기능을 하지 못해 암이 발병할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변석수 교수는 "한국인의 전립선암 발병에 유전적 소인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도 서양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전적 원인이 전립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변 교수는 이어 "전립선암 가족력은 전립선암 발병의 명확한 위험인자이고, 최근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의 발병 고위험군을 찾을 수 있게 된 만큼 한국인에 맞는 발병위험 유전자검사의 상용화가 필요한 상황"이라
이번 연구는 비뇨의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전립선(The Prostate; IF 2.876)'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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