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으면서 항공업계의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진행 중인 데다 최근 불황과 신규면허 발급으로 항공업 공급과잉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전격적으로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작년 말 이미 50%가량 자본이 잠식된 이스타항공을 놓고 시장에서 꾸준히 매각설이 제기됐던 만큼 이번 인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특히 이번 인수는 덩치를 키워 대형항공사(FSC) 반열에 오르고자 하는 제주항공과 경영난에 허덕이던 이스타항공의 이해관계가 사실상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앞서 제주항공(제주항공·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최근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1조원가량 더 많은 금액을 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당시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명의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운 실적을 앞세워 아시아나 인수 적임자임을 수차례 강조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애경은 2005년 저비용항공(LCC) 사업 모델을 최초 도입해 2006년 제주항공을 설립하고 이후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LCC 최초 매출액 1조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으나 패배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애경이 향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LCC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인수로 제주항공은 LCC 업계 5위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며 FSC 반열에 오르는 것을 넘보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때 써냈던 1조5천억 원 안팎보다 훨씬 적은 금액(695억 원)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제주항공 측은 "항공사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양사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와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이번 인수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분간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와 함께 이스타항공을 공동 경영하는 체제로 운영할 방침입니다.
이스타홀딩스는 전환사채 200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제주항공에 이어 2대 주주가 됩니다.
이스타홀딩스 측은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까지 협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LCC 사업 노하우를 통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LCC 출혈 경쟁의 상황에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항공업계의 구조를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LCC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인수로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2'와 LCC 업계간 구도에서 사실상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빅3'와 나머지 LCC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인수시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선 점유율은 24.8%로 업계 '맏형님'인 대한항공(23.6%)을 앞지르게 됩니다. 국제선 점유율 역시 19.5%로 상승해 아시아나항공(23%)을 바짝 뒤쫓게 됩니다.
제주항공 측은 "특정 사업자에 국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객점유율 확대를 도모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함은 물론 업계 상위사업자간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와 같은 업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항공시장은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설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현재 국내 LCC는 내년 신규 취항을 앞두고 있는 2곳(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을 포함해 모두 9곳입니다. 미국의 LCC가 9곳, 일본과 중국이 각각 8곳과 6곳 등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LCC 숫자는 과다하다는 지적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됩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저비용항공시장은 구조조정 없이는 궁극적인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시장 지배적인 저비용항공사가 재편된 시장을 상당 기간 향유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앞날도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