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LA오디오랩 <사진제공=삼성전자> |
지난 9일(현지시간)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자리 잡고 있는 삼성전자 오디오랩(음향연구소). 이곳에서 만난 앨런 드반티어 상무는 '오디오랩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여기에 모인 전문가들은 IT뿐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최고의 전문가들"이라면서 "우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좋은 사운드를 만들고, 이를 모든 삼성 제품에 탑재해 우리(삼성)의 사운드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 오디오랩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핵심 리서치 시설 대부분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지만 2013년 말 설립된 오디오랩만은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영화와 문화 산업의 중심지 LA에 둥지를 틀었다. 드반티어 상무는 "LA에 음향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당연하다. 세계 최고의 인력과 설비가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오디오랩 내 무향실(Anechoic Chambers)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삼성전자의 타 리서치센터와 비교하면 오디오랩은 '연구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직원 중에는 밴드 드러머, 클래식 연주자 등 현직 뮤지션들도 있다.
오디오랩에서 진행되는 실험들을 직접 체험해보니 가히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와 첨단 음향 기술의 집약체였다. 오디오랩에서 개발된 최첨단 음향 기술들은 삼성전자의 TV와 사운드바 신제품들에 탑재된다. 올해 CES에서 주목받은 2020년형 QLED 8K 신제품은 화질뿐 아니라 사운드에서도 의미 있는 진일보를 했는데, 여기에도 오디오랩의 연구 성과가 그대로 적용됐다.대표적인 것이 'OTS+(Object Tracking Sound Plus)' 기술이다. 이 기술은 영상 속 움직이는 사물을 인공지능(AI)으로 인식하고 3D 렌더링 기술을 통해 사운드가 TV에 탑재된 스피커들을 따라 움직이도록 한다. 화면이 대형화될수록 소비자는 생생한 영상과 더불어 이에 어울리는 웅장한 사운드를 원하는데, 이 기술을 통해 TV만으로도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구현이 가능해져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 등 화면에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을 때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 오디오랩을 설립한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피커 음향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판단에서였다. 설립한 지 10년도 채 안 됐지만 오디오랩은 이미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오디오랩 연구원들이 낸 논문 3편이 오디오 음향 협회(AES)가 선정한 '탑10' 논문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드반티어 상무는 "세계적인 음향 협회에서 삼성이 좋은 사운드를 만든다는 사실을 공인한 셈"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음향기술을 바탕으로 '사운드바'(TV와 연결해서 쓰는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세계 1위를 굳히고 있다. 사운드바 시장은 TV 대형화, 스트리밍 서비스 보급 확대 등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사운드바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억달러에서 2021년 37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16~18%에 달할 만큼
가전업체의 '오디오 경쟁력'은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가전, 자율주행 시대 차량 인포테인먼트 등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본사 차원에서 LA 오디오랩과 협업하고 관련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다.
[로스앤젤레스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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