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실리콘 복합 소재 기반의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의 구조(확대 그림). 전지 용량을 기존 대비 4배로 늘려 전기차 주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옥수수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전분을 활용해 만들었다. [자료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
정훈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단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새로운 실리콘 기반의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배터리에 사용돼온 흑연계 음극 소재보다 전지 용량은 4배 이상 커 전기차에 적용하면 주행 거리가 2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12월 11일자에 게재됐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간 리튬이온의 이동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특히 음극은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가 흐르도록 한다. 따라서 음극 소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 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 배터리는 음극 소재로 흑연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지 용량이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흑연보다 에너지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실리콘이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아 왔지만, 충·방전이 반복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고 용량이 크게 줄어들어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리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옥수수나 고구마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전분을 활용한 간단한 공정을 설계했다. 물에 전분을 풀고 기름에는 실리콘을 풀어 섞은 뒤 가열하는 방식으로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제작했다. 마치 튀김을 만들 듯 탄소와 실리콘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실리콘 음극 소재의 부피 팽창을 막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 소재의 용량은 g당 1530㎃h(밀리암페어아워)로 기존 흑연계 음극 소재(g당 360㎃h)보다 4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의 높은 전기전도도와 탄소 기공 내 나노 실리콘의 자가 재배치 특성 덕분에 빠른 충·방전에도 높은 용량을 유지할 수
정 연구원은 "500회 이상 반복적으로 충·방전을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용량이 유지되고 5분 만에 80% 이상 급속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저렴하게 대량 생산도 가능해 향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에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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