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약 630만명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가 2800만명 정도라고 하니 대강 경제활동인구의 5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경제정책은 존재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적 조직으로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의 조봉환 이사장을 만났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주로 예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조 이사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던 2017년 중소기업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임 후 소진공 이사장을 맡게 돼 소진공 내부에서는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출신답게(?) 소진공 예산을 더 확보하는데선 기대만큼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청렴한 관료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근무시절부터 기자들과 만나서 거침없이 할 말을 해 휘하 과장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조 이사장은 이번에도 역시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도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소상공인들의 삶이 퍽퍽하다고들 한다. 소진공 이사장으로서 전통시장을 둘러보니 어떻던가?
▷경기침체와 유통환경 변화 등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모두 힘든 시기다. 지원기관의 이사장으로써 이분들이 잘 벌고, 잘 살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다행인 점은 어려운 현장이지만, 활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망원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캐리어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1913송정역시장‘에서는 청년상인들이 주도해서 인근 건물주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전통시장은 상황이 좀 괜찮은가?
▷거대한 전통시장도 그렇고 골목시장 정도 200~300점포 정도 되는 전통시장에도 빈 점포 없는데가 많다. 권리금도 1000만원대에서 1억원까지 되기도 한다. 망원시장, 암사시장 남구로시장 이런곳에는 빈점포가 없다. 하지만 명암이 있다. 옷 파는 가게들은 어느 시장이나 굉장히 어렵다. 대전 중앙시장에 있는 주단가게 들은 하루에 고객 1명 만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상인들이 나이가 많아서 별로 변화 의지도 없고 하루하루 소일거리로 나와서 가게를 지키는 측면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이 30% 가량 올랐다. 이것의 영향은 없던가?
▷접근하기 상당히 어려운 문제지만, (소상공인의 삶이 퍽퍽해진 것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일 수도 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근로자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편으론 가격으로 비용전가가 많이 돼 있기도 하다. 결국 내방객이 줄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온라인 쇼핑이 폭증하고 있다. 백화점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백화점도 체험형으로 바뀌고 1층은 전부 명품매장으로 바뀌고 있다. 양극화되는 것이다. 소상공인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은 시설개선도 해서 예전보다 많이 편리해진데다 저렴하다는 인식 때문에 내방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전통시장이 아닌 곳에서 로드샵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사정이 정말 어렵다.
-소상공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그것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소상공인이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 전체 취업자 중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약 25% 정도 된다고 한다. EU 국가 평균은 16%, 일본은 10%, 미국은 6%다. 우리가 많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창업한 지 3년이 되면 60%가 폐업한다. 자영업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문제다. 사회보장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년에 퇴직하면 소상공인으로서 창업을 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소상공인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청년상인 육성을 통한 상권 활성화 사례가 일본에 있더라. 일본 나라현의 유메큐브(夢CUBE) 상점 사례다. 원래 이 유메큐브가 위치한 모치이도노쵸는 중심 상점가의 쇠퇴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상권 회복을 위해 상점가 상인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에서 청년상인을 모집하고 사업을 지원하자 상권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도 저렴한 임대료와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시장성을 분석하고 자생력을 키운 상인들의 노력이라는 두 요소가 빠지지 않았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결국은 시장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신명나는 상권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상인들의 의욕을 꺽는 대규모 유통업체들의 갑질이 있던가?
▷중기벤처부에서 중소기업정책실장을 할 때 대규모 유통업체의 갑질에 대해 인지수사를 한 적이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서면계약도 없이 물류비나 마케팅비를 전가시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관련 정보를 싹 내놓으라고 했다. 불공정계약이나 거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과징금은 공정위가 부과하지만 중기벤처부는 소상공인 주무부처로서 인지수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공표할 권한을 갖는다. 결국 중기벤처부가 내놓은 중재안 대로 소상공인이 과도하게 부담한 돈을 다 받아서 돌려주고 상생협약으로 마무리했다.
-스마트화가 대세다. 소상공인도 스마트한 업무를 통해 발전할 수 있을까?
▷지난해 말 정부의 2020년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중기부도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했고 그 중 핵심이 바로 '스마트 대한민국'이다. 이에 발맞춰 소진공도 스마트 소상공인을 육성할 계획이다. 먼저 스마트 상점을 육성하겠다. 디지털 주문·결제 앱, QR 코드를 통한 원격주문 등 '스마트 오더'를 음식점, 카페 등에 보급하고, 가상(AR) 체험이 가능한 거울을 의류 가게에 설치하는 등 매장 효율화를 기할 수 있는 신기술을 도입하겠다. 추가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소공인 작업환경을 스마트화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생각이다. 물론 빠른 속도로 보급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전통시장에서도 온라인 주문이 혹시 가능한가?
▷물론이다. 현재도 몇몇 전통시장에서 공동으로 주문을 받고 배송을 해주고 있다. 올해는 이런 전통시장 장보기 온라인 쇼핑몰을 더 확대하고 이를 통해 지역 특산품 등이 온라인에서 더 많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하겠다. 상인교육 과정에 소셜네트워크(SNS)등 온라인을 활용한 홍보과정도 운영하고, 온라인 쇼핑몰 입점 교육 등 전통시장 상인들이 온라인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올해 소진공의 지원 정책에 대해 알려달라
▷온라인 쇼핑이 폭증하는 추세에 맞춰 전통시장의 대응방안을 마련해보려고 한다. 스마트오더 등 신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상점 1000곳을 육성하고 1인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판로를 지원해 볼 생각이다. 또 전통시장 가격표시제도 확대하려고 한다. 추가로 소상공인·자영업 전담 연구센터를 설치해보려고 한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현장 맞춤형 지원정책이 나오도록 하겠다. 상권정보시스템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예산은 어떻게 쓰여질 예정인가?
▷올해 예산은 작년 대비 18.4%가 늘어 2조 8869억원이 편성됐다.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융자금이 2조 3000억원, 기금 운영비 463억원을 제외하면 소진공에서 자체 사업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은 5406억원이다. 이 5406억원은 소상공인 창업지원에 208억원, 재기지원에 44억원, 성장지원에 85억원, 지원 인프라 확충 등에 184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특히 시장경영혁신지원에는 3274억원이 투입돼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변화를 위해 노력하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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