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가운데)이 오쿠노 쇼(오른쪽 가운데) 오쿠노 건축연구소 회장과 롯데월드타워 건축 설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롯데지주] |
오쿠노 쇼(81) 오쿠노 건축연구소 회장은 21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회상했다. 오쿠노 회장은 1970년부터 신 명예회장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잠실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물이다.
오쿠노 회장은 "돌아가신 창업자와 50년 정도 알고 지냈다"며 "제 나이 서른살이었던 그해 소공동 롯데호텔 건축에 참여했고, 롯데월드도 함께 만들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쿠노 회장은 신 명예회장을 '슈퍼맨'에 빗대어 표현했다. 그는 "신 명예회장은 슈퍼맨"이라며 "업무적인 위대함뿐 아니라 인간적인 친숙함과 따듯함이 있기 때문에 50년간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신 명예회장이 소공동 반도호텔을 롯데호텔로 변경하는 작업을 오쿠노 회장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오쿠노 회장은 "당시 신 명예회장의 요청을 받고 처음 서울에 도착했을 때 김포공항에서 소공동 반도호텔까지 탔던 택시 바닥이 뚫려있을 정도로 나라가 낙후돼있었다"며 "그런 시대였는데 1000실이나 되는 호텔을 짓겠다고 하니 모두가 반대했는 데 (신 명예회장은) 그 일을 끝까지 이뤄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의 롯데월드를 보면 평범한 놀이공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시로썬 정말 짓는다는 걸 생각하는 자체가 파격적이었다"며 "굉장한 선견지명 재능을 가진 분"이라고 평가했다.
오쿠노 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생전 뉴욕과 도쿄에도 롯데월드 건축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인이 생전 뉴욕과 도쿄에도 롯데월드를 지으려고 했는 데 못 만들어서 아쉬워했다"며 "뉴욕에 롯데월드가 지어졌다면 지금의 롯데는 또 다른 세계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활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두 분과도 많은 일을 했다"며 "아버님의 훌륭한 DNA가 자제분들에게도 이어졌다. 두분 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
오쿠노 회장은 신 명예회장과 지낸 50여년간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을 준비 중이다.
오쿠노 회장은 "신 명예회장은 항상 돈을 번다거나 수익을 따지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최고, 최초를 만들자고 요구하셨다"며 "세계가 놀랄만한 것을 만들자고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