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국제결혼 등을 통한 다문화 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눈은 아직도 차갑습니다.
다문화 가정 자녀는 서툰 한국어나 편견 때문에 친구를 사귀거나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정규해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0년 남편을 따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차베스 씨.
하지만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을 하게 되면서, 지금은 식당일을 하며 9살 난 딸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생계도 생계지만, 딸아이와 대화가 어려운 점은 차베스 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 인터뷰 : 제네테피 차베스 / 필리핀인
- "숙제 때문에. 가끔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한글도 못해, 한국말도 못해, 앞으로는 어떻게…"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를 피하기 일쑤고, 한국말에 자신감이 없어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합니다.
▶ 인터뷰 : 박정이 / 차베스 씨 딸
- "엄마가 나한테 한국말로 말하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가 초ㆍ중학생 1천7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 40%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친구로 사귈 수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 '서툰 한국어'를 꼽았습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 역시 응답자의 30% 정도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해 학교생활 적응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종합적인 현황 파악과 함께 다문화 프로그램 이수 보육교사를 양성하고, 언어발달 전문인력 등을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전재희 /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이 몇 명, 못 가는 아이들이 몇 명, 아직은 언어를 배울 나이가 아닌 아이들이 몇 명 이렇게 해서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그걸 바탕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세워나갈 계획입니다
농촌 등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 가정.
국민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들에겐 언어 교육에서부터 일자리 찾기까지 정부가 강조해온 찾아가는 복지서비스가 그 누구보다도 절실해 보입니다.
mbn뉴스 정규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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