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 불안감이 글로벌 증시를 휩쓸면서 시장 규모가 3000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넘는 하락세를 그으면서 대장주인 애플의 주가가 4.43%나 빠진 가운데 금융 시장 눈길은 오는 3일 개장하는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로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 2016년 1월 1일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가 또다시 발동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섞여 나온다.
나라별로 보면 86개국 중 한국이 4위로 눈에 띄는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 시총이 1조4768억 달러에서 1조3692억 달러로 7.28% 줄어든 결과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만(6.77%)과 태국(-6.72%), 싱가포르(-5.21%), 호주(-4.06%), 일본(-3.02%) 등도 86개국 평균치(2.86%)보다 더 크게 위축됐다.
다만 한국은 1위 베네수엘라(-10.72%)와 칠레(-8.38%), 홍콩(-7.53%) 다음이다. 중국 변수가 금융시장 등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나라들보다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과 달리 베네수엘라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이 -10%선이며 이전부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칠레는 지난해 불평등 시위 이후 최근 제도 개편과정에서 다시 시위·갈등이 불거지고 있고, 홍콩은 중국과 직결된 특별행정구역이다.
한편 '명품·관광'을 비롯해 중국과 교류가 많은 서구권에서도 프랑스(-3.01%)와 독일(-1.93%), 미국(-1.88%), 캐나다(-1.75%) 순으로 각 국 시총이 쪼그라들었다. 조사 대상 86개국 중 시총이 줄어든 나라는 71곳이고 늘어난 나라는 이집트(2.88%)와 덴마크(0.35%), 슬로베니아(0.15%) 등 15곳에 그쳤다.
↑ 오는 3일 중국 증시 개장을 앞두고,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3대 증시는 일제히 1%를 훌쩍 넘는 하락폭을 보였다./출처=야후파이낸스 |
↑ 애플이 1일(현지시간) 부로 오는 9일까지 중국 내 전 매장 임시 폐쇄를 발표한 가운데 1일 텅 빈 애플 중국 매장에서 마스크를 낀 남성이 이마를 짚은 채 앉아있다. /출처=게티이미지·월스트리트저널(WSJ) |
현재로서는 '우한엑소더스'(대탈출)가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 시장'인 중국 고립으로 이어어지는 모양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중국 경제연구소 플리넘은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탓에 손실액이 620억 달러(약 74조원)에 달하고 1분기 성장률도 2%포인트(p) 줄어들어 4%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고 1일 전했다. 당장은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국 정부가 우한체류 자국민 송환 작업에 들어갔거나 추진키로 한 데 이어 항공사들의 중국 직항 노선 운항 취소, 각 국 정부의 중국인 비자 발급일시 중지·국경 폐쇄 조치가 연일 나오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 불안감이 전세계로 급속히 번지면서 사회연결망(SNS)에는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현지 상황을 알리는 동영상 등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 후베이성 일대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중환자 상태를 들여다보는 모습./출처=트위터 캡쳐 |
반면 한국 원화(-2.26%)와 중국 위안화(-1.65%), 호주 달러화(-1.87%) 가치는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 -5.14%)도 떨어졌다.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중국 내 공장 가동이 오는 9일께까지 중단된 가운데 생산 활동 추가 위축 가능성이 불거진 결과다. 한편에서는 갈 곳을 잃은 단기 자금이 암호화폐에 모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CNN비즈니스는, 지난 한 주 동안 비트코인(XBT) 값은 9300달러로 일주일 만에 10%가까이 올라 연초 기준 2012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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