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제넥신의 성영철 회장이 아내와 두 딸 부부에게 82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처음으로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텍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성 회장은 그동안 자신의 주식을 병원과 대학, 학회 등에 기부해왔지만 가족에게 증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 회장은 이달초 제넥신 주식 15만주를 각각 아내와 두딸 부부 등 5명에게 각 3만주씩 나눠 총 15만주를 증여했다. 최근 주가를 감안하면 금액으로는 80억원이 넘고, 1인당 16억원에 달한다. 이번 증여로 성 회장 개인 지분율은 7.41%에서 6.78%로 0.63%p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족 증여가 성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부의 세습 금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 성 회장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의 재산 및 경영권 세습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업인들이 충분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젊은 자식들에게 경영권뿐만 아니라 부까지 대물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오너의 가족이라고 해서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는 젊은 구직자들의 사회적 박탈감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나부터 실천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내겐 두 딸이 있고, 둘다 시집을 갔지만 결혼할 때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자식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매경과의 전화통화에서 증여 배경에 대해 "가족에게 너무 해준 것이 없어서 일부 주식을 나눠준 것일뿐"이라며 부와 경영권 세습 반대 소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녀가 결혼할 때도 어떠한 물질적인 도움도 주지 못했다"며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 이를 보조해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자에게 3만주 증여를 놓고 부의 세습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도 안된
업계에서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두딸이 제넥신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점이나 성 회장의 소신 등을 들어 자녀가 제넥신 경영에 개입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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