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송강호, 이미경.
한국 영화의 빛나는 역사로 남을 이름이지만, 불과 몇 년 전 이들은 이른바 '블랙리스트'였습니다.
마치 영화 기생충처럼 이들은 지하실에서 계단을 올라 결국 집주인이 됐습니다.
이상주 기자입니다.
【 기자 】
"내가 선을 넘는 사람들 제일 싫어하는데"
부를 상징하는 박 사장은 영화에서 여러 차례 '선'을 강조합니다.
힘과 권력을 가진 자의 신경을 거스르지 말 것을 강조하는 영화 속 장면은 실제 감독과 배우, 투자자의 경험에 기초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강성 좌파 성향으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배우 송강호는 박근혜 정권 시절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가 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수년간 정부 예술인 지원사업에서 배제를 당했고 노골적인 퇴출 압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미경 부회장 역시 영화 광해와 변호인 등을 기획·투자했다가 박근혜 정권의 선을 넘어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이 과거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소개하면서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 얼마나 중요한가란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어두운 반지하에 살던 주인공 가족이 선을 넘고 계단을 올라 햇살 가득한 지상에 스며들듯 봉준호, 송강호, 이미경은 블랙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이름이 됐습니다.
MBN뉴스 이상주입니다.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