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저가항공사인 (LCC) 이스타항공이 전면 운휴에 들어가는등 국내항공사의 국제서 취항노선 90프로가 운휴에 들어간 24일 오전 김포국제공항 항공기 주기장에 발이묶인 국적 항공사 항공기들이 주기해있다. 2020.03.24 [김재훈 기자] |
특히 수출·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 또한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소비와 투자를 비롯해 산업활동 위축은 대한민국 산업계 또한 어두운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은 다름아닌 항공업계다. 지금 항공업계가 느끼는 여파는 다른 산업군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전 세계 하늘길이 꽉 막힌 상황에서 수요 급감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에 다다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항공업계 피해 규모를 2,520억달러 (309조5천억원)로 예상한다.
전 세계 각국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다른 산업군에 대비해 과감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몇가지 단편적인 대책이 나왔지만, 숨이 끊어져가는 위급 환자에게 영양제를 놓아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 미국, 상·하원 원샷(One-Shot) 논의해 대규모 지원… 세계 각국도 사실상 무제한 지원
미국 상원은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밤 늦게 코로나19로 붕괴 위기에 빠진 자국의 항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지원 법안(Rescue Bill)'을 가결했다. 이틀 뒤인 27일 하원 가결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바로 서명을 했다.
지원 내용도 파격적이다. 여객 항공사에는 보조금(Grant) 250억불(30조7천억원)을, 화물 항공사에게는 보조금 40억불(4조9천억원)을,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들에게도 30억불(3조7천억원)을 지급한다. 법안 발효 후 5일 이내에 절차를 공지하고 10일 내에 초도 지급을 완료하는 등 신속히 추진된다.
보조금 뿐만 아니라 대출과 지급보증도 보조금과 같은 수준에서 이뤄진다. 여객 항공사에 250억불(30조7천억원), 화물 항공사도 40억불(4조9천억원)이 투입되는 것. 상한 기한 5년에 이자율은 코로나 발생 이전 시장 이자율을 적용한다. 항공 운송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과 항공유 부과 세금도 내년 1월 1일까지 전액 면제한다.
싱가포르도 과감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27일 최대 주주인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05억달러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또한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으로부터 28억달러의 대출을 받았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EU를 비롯해 주요 아시아 국가들까지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 자국 항공사들에게 세금 완화, 재정·금융지원 등 항공사의 생존을 위한 모든 가용 자원을 아끼고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 각국의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은 항공산업이 갖는 위상을 반영한다.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인 동시에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만약 한번 무너지면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란 의미다.
■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제 때 지원 없어 고사 위기… 금융논리에 밀려 주무부처 안보여
대한민국 국적항공사들의 상황은 어떨까? 대한민국 국적항공사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 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선 여객도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했다. 사실상 셧 다운(Shut-down) 상태다.
이와 같이 상상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정부로부터의 지원내용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3월 18일 '제11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3월부터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전액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 ▲운항중단으로 미사용한 운수권·슬롯 회수 전면 유예 등 항공업계 지원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생존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조족지혈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실효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전면적인 셧 다운 상황에서 고정비 비용이 천문학적인 항공산업은 3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보다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정부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논리에 밀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지원을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언급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현재 위기는 항공사들이 초래한 것이 아닌 천재지변급의 외부변수로 인한 것이다. 부실기업에 지원할 때와 같은 구조조정 논리를 현재의 재난급 위기 상황에 처한 국내 항공사들에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이번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항공사들에 단 조건은 2020년 9월말까지 직원들의 급여 삭감이나 복지 축소, 무급휴가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금융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아닌 현재 자국의 항공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을 때 시장 선점 기회를 다시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밑작업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이러한 점을 감안해 관련 부처와 금융 당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지만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런 사이에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존의 골든타임이 긴박하게 다가오고 있다.
■ 대형항공사·LCC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지원해야… 신속하고 효과적 지원 필요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상원과 하원이 합심해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내 놓는 것이 부럽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 또한 이 같은 미국 정부의 과감함을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국적항공사들은 자구책으로 급여반납, 유·무급휴직 등을 시행중이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항공사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국토교통부가 더 과감하게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지금은 금융논리보다는 미국과 같이 산업별 맞춤 정책이 과감하고도 전방위적으로, 또한 신속하게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이 정부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 항공사들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경쟁의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최악의 상황은 항공산업 붕괴로 인한 항공주권의 상실이다. 즉, 외국 항공사들의 한국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사라지는 일자리의 규모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현재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들만해도 25만여명에 달하는 수준이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지속돼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 11조원이 감소한다.
항공산업은 국가의 기틀을 짊어지고 있는 기간산업이다. 따라서 현재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펼쳐놓고 즉각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채권 발행시 정부(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전세계 항공업계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 불가능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며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3,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지원 자금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지원 대상도 대형 항공사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 지원 가능하도록 지원조건 (신용등급, 부채비율) 한시적 완화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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