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그래서 죽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유전적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국내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규명됐습니다.
김형오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끊임없이 추모 발길이 이어지는 고 김수환 추기경.
성자로 불리던 김 추기경도 노화로 말미암은 죽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은 정말 노화와 그에 따른 죽음을 피할 수 없을까?
포스텍 남홍길 교수팀은 식물인 아기장대를 통해 노화와 죽음은 유전자적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필연적 단계라는 사실을 처음 규명하고 이를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죽음의 생체회로는 3개의 유전자가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입니다.
노화를 촉진하는 것은 '오래1(ORE1)'이라는 유전자인데, 어린 식물에서는 이 유전자의 양이 적고 '마이크로알엔에이 164(miR164)'라는 유전자에 의해 모두 분해가 돼 노화가 억제됩니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마이크로알엔에이 164'의 활동은 억제되고, '오래1'의 양은 늘어납니다.
나이에 따라 '오래1'과 '마이크로알엔에이164'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은 '아인2(EIN2)'라는 유전자입니다.
▶ 인터뷰 : 남홍길 / 포스택 생명과학과 교수
- "이번 연구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노화, 그리고 이에 따른 죽음은 생체적으로 강한 유전적 설계에 의해 정해졌기 때문에 노화와 죽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래1'의 증가를 막아도 '아인2'가 직접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노화와 죽음은 계속 진행됩니다.
다만 '오래1' 유전자를 완전히 파괴하면 노화를 20% 지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노화 지연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 스탠딩 : 김형오 / 기자
- "동물과 사람은 식물보다 훨씬 복잡한 죽음의 생체회로를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생체회로가 규명된다면 인간은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mbn뉴스 김형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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