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으로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철폐 연기에, 유럽 각국은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에 각각 나서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의 득실에 관심이 모인다.
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당초 올해 연말까지 폐지할 계획이던 '신에너지자동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오는 2022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중국 내 완성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산업도 큰 타격을 받아서다.
실제 지난 2월 중국에서 새롭게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0.6기가와트시(GWh)로 1년 전에 비해 74.2% 급감했다고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전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78.6% 감소한 1만4000여대에 그쳤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철폐를 연기한 게 호재인지, 악재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4종이 보조금 지급 목록에 올라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계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다시 차별을 가할 가능성도 배재하지 못해서다. 특히 지난 2월 중국산 배터리의 사용량이 급감하면서 CATL과 BYD 등의 시장 점유율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0.3%포인트와 10.4%포인트 축소되면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차별을 받는 동안 한국 배터리 업계의 희망이었던 유럽에서도 전기차 시장 확대 정책이 후퇴할 조짐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를 비롯한 유럽 지역 차량 제조 단체 3곳은 최근 EU집행위원회에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시행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EU는 올해부터 완성차 업체가 판매하는 차량들의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완성차업체들은 기준을 초과하는 내연기관차를 많이 팔수록 전기차도 더 팔아 평균을 낮춰야 한다. 전기차 판매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기에 내연기관차 판매에 비례해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도록 하기 위한 규제다. 현재 규제는 km당 130g 이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생산·판매가 멈추다시피 하기도 한 현지 완성차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EU 집행위원회가 규제를 완화하면 유럽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온 한국 배터리업계의 계획이 어긋나게 된다.
현재 파리기후협약은 오는 2050년까지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10g까지 줄이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맞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해왔다. 기존 규제대로라면 3년 안에 전기차 시장 성장이 본격화된다는 가정으로 생산설비를 구축해왔지만, 실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완화에 더해 국제유가 급락도 전기차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다. 차량 구입 비용이 비싼 대신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전기차의 강점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올해 초 배럴당 61.18달러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 경쟁에 나서면서 지난달 30일 20.09달러까지 폭락했다가 지난 주말 2
다만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라는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차전지 사업의 일시적인 수요 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이는 구조적 변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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