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한국은행과 정부가 공급한 달러로 국책은행 채권에 투자해 '돈놀이'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수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달러 기근이 심화되던 지난달.
「산업은행은 리보에 6.15%p를 더한 금리로, 수출입은행은 8.125% 고정금리로 각각 해외 채권 20억 달러를 발행했습니다.」
국내 금융기관이 '리먼 사태' 이후 처음 장기 외화조달에 성공하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고금리를 주고서라도 달러를 조달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고금리의 혜택을 본 건 엉뚱하게도 국내 기관투자가였습니다.
「한국은행이 스와프 경쟁입찰로 저리로 시중은행에 공급한 달러는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에게 흘러갑니다.
확보한 달러로는 국책은행이 발행한 해외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가만히 앉아서 최소 1~3%p의 금리차를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채권 가운데 5억 달러, 수출입은행 채권 1억 달러는 국내 투자자에게 팔렸습니다.」
문제는 이 돈이 한국은행이 푼 외환보유고라는 점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은 원화를 주고 달러를 가져가는 스와프 거래로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결국, 외환보유고로 국책은행의 해외채권을 샀다는 말로, 진정한 의미의 달러조달과는 거리가 멉니다.
「국책은행은 자력으로 달러를 조달했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비싼 금리를 주고 외환보유고를 끌어온 꼴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관 투자가들의 배만 불렸습니다.
국책은행은 정당한 과정으로 이뤄진 입찰로 규정상 아무 하자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외화 '곳간'을 털어 국가 신인도까지 떨어뜨리면서 벌인 '돈놀이'에 도덕적 해이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박수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