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후 심장질환을 겪은 환자 사례가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보고됐다.
17일 심장질환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최신호에 따르면, 김인철·한성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급성 심근염 증상을 보여 1개월간 치료를 받고 퇴원한 21세 여성 사례를 공개했다. 심근염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장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급성으로 생긴 심근염이 심해지면 흉통 및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계속 진행하면 심장 비대와 만성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됐을 당시 열, 기침, 가래, 설사, 호흡곤란 등 일반적인 증상을 보였다.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에 앓았던 기저질환은 없었다.
하지만, 입원 후 시행한 검사에서 심장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표지물질인 '트로포닌 아이'(Troponin I) 혈중 수치가 정상치(0.04ng/㎖)보다 훨씬 높은 1.26ng/㎖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트로포닌 아이 수치는 조금만 높아져도 심장근육에 손상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심전도 검사에서도 심장기능의 이상이 관찰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의료진은 심근염을 의심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추가로 시행했다. 그 결과 심장이 정상보다 비대해지고, 심장 조직에 손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관상동맥이 막히지 않은 점으로 미뤄 심근경색은 아니라고 의료진은 판단했다.
환자는 1개월여의 입원 치료 후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아 퇴원했다. 하지만 지금도 심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주기적으로 외래 치료를 받는 중이다.
김인철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때 심근염 발생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 감염 후 급성호흡기증후군에 따른 저산소증으로 인한 이차적인 심근의 손상, 체내 ACE2 수용체와의 결합에 의한 직접적인 심근손상, 사이토카인 폭풍 등이 심근염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심장질환 사례가 정식으로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환자는 입원 후 심장 박출률이 25%가량 떨어지는 상태에서 심근염을 의심하고 CT, MRI 등 추가 검사로 확진해 치료했지만, 이런 의심이 없었다면 심근염 치료가 늦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 우한대 중난병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보 심장학(JAMA Card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당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20% 정도에서 심장 이상 증세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해 '미국 내 최연소 코로나19 사망자'가 된 17세 한인 소년을 두고 심장질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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