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를 넘나드는 엔화 환율을 무기로, 일본 자본의 국내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고환율 시대'를 진단하는 mbn의 연속기획, 오늘(12일)은 국내에서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일본 자본의 힘을 강태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명동.
일본어 간판에, 일본인 관광객을 유혹하는 상품들.
일본 거리로 착각이 될 지경입니다.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일본인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다카다 요시코 / 일본 관광객
- "원화에 비해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쇼핑을 하는 데 부담이 없어졌습니다."
엔화 가치가 1년 만에 2배나 높아지면서, 일본인에게는 국내 물건값은 절반이 됐습니다.
▶ 인터뷰 : 김정래 / 안경원 대표
- "일본 손님의 비율을 따진다면 일본 손님 60%에, 국내 손님 40% 정도로 보시면 될 겁니다."
엔화의 '공습'은 쇼핑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지난주, 일본의 한 부동산투자 사모펀드는 인천 송도 경제자유지역에 4조 5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사토 요스케 / 바나월드 회장
- "굉장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쁩니다. 투자 결정에는 환율이 60% 정도 작용했습니다."
국내 부동산 가격은 절반이 되고, 환율은 2배로 뛰다 보니, 일본 자본은 기존 투자금의 1/4이면 '노른자 땅'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부동산을 시작으로 IT와 바이오 등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황중하 / 코트라 투자유치처장
- "엔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정도 강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기업 매물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상태입니다."
일본 자본이든 미국 자본이든 외화가 들어온다는 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우리 경제에 희소식임은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자본의 성격입니다.
▶ 인터뷰 : 정영식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일부 주식 자금이나 부동산 자금으로 들어온다든지 단기 자금으로 들어온 자금들이 빠져나갈 때는 국내 증시나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10여년 전, 외국자본의 '먹튀'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외환위기 때를 연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투기자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스탠딩 : 강태화 / 기자
- "자본에는 국적에 따른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넘는 과정에서 또다시 수십 년 이어져 온 대일 경제 종속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태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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