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불매운동 벌써 1년 ⑦ ◆
지난해 7월 한일관계 경색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되자 국내에서 일본차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일본차 소유자들의 고생길도 같이 열렸다. 도로에서 일본차를 향해 일부로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본차는 차선 양보도 받기 어려웠다. 어렵게 차선 양보를 받고 보니 양보한 차 역시 일본차였다던 사례도 온라인상에 퍼졌다.
덩달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산업 핏줄을 무시한 일본 아베 정권의 무리수에 애꿎은 두 나라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느덧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현재, 일본차 브랜드들의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다. 국내 소비자 반감도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파격 할인 프로모션에 일본차 불매운동이 무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올 상반기에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일본차는 1만43대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7.2%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신규등록대수(12만8236대)가 전년 동기 대비 17.3%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일본차 판매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중교통 이용보다 자동차 운행을 선호하면서 자동차 판매가 늘고 지난달까지 개별소비세도 인하됐지만, 일본차 브랜드들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국가별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를 봐도 일본차는 2735대로, 지난달 판매된 전체 수입차(2만7350대) 중 1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6월엔 일본 수입차 비중이 2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점유율은 반 토막 난 셈이다. 빈자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대부분 독일차 브랜드들이 메웠고 미국·영국·스웨덴 출신 브랜드들도 선방했다.
일본차 브랜드 중 혼다코리아의 경우 지난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영업이익이 19억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9.8% 줄었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 감소해 3632억원에 그쳤다.
올해 역시 일본 불매운동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123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약 73%까지 감소했다.
심지어 닛산은 올해 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닛산 철수를 두고 일본차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탈주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 회장 문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부진, 일본차 브랜드 중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품 경쟁력 등 닛산 자체 위기 때문에 한국 시장 철수가 단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닛산의 2019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연결 결산 기준 적자 규모는 6712억엔(7조4539억원)에 달했다.
닛산은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과 스페인 바로셀로나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또 글로벌 생산 능력을 20% 줄인 연간 540만대 정도로 조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구조가 맞지 않는 한국 시장 철수는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차 불매운동이 철수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철수를 이끌어낸 '마중물'이나 결정타는 아니라 부수적 영향을 일부 주는 데 그쳤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차 불매운동이 찻잔의 물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 외신에서 처음으로 한국 철수 가능성이 보도됐을 당시 닛산 본사가 실제 철수할 계획을 세웠지만 아베 정권이 만류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유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일본이 무릎을 꿇은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일본차 인기는 바닥을 쳤다. 중고차 딜러들이 사회적 분위기 상 판매하기 어려워진 일본 중고차 매입을 꺼려해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는 중고차 가치가 예상보다는 적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중고차 딜러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뒤 더 많은 차익을 남기기 위해 일본차 불매 운동을 활용, 표면적으로는 중고차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달 일본차 브랜드의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여전히 적지만 전월 대비로는 상승세를 보였다.
눈길을 끈 브랜드는 철수가 예정된 닛산과 인피니티다. 신규 등록대수가 전월보다 각각 261.4%와 6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등록대수는 17.6% 늘었다.
닛산과 인티니티가 철수를 앞두고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다.
닛산의 경우 30% 가량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할인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약한 고리'가 드러난 셈이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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