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물류 센터 임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류센터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에서 '배송경쟁'을 촉발한 쿠팡은 2018년 85개의 로켓센터(물류창고)를 운영했지만 불과 1년만에 쿠팡의 로켓센터의 수는 168개로 늘어났다.
물류센터는 그동안 투자 규모 크고 진입장벽이 높아 기관투자자들의 영역이었다. 실제 국내 물류센터의 70% 이상이 해외 기관 투자자 위주로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 'ESR켄달스퀘어'가 한국에선 처음으로 물류센터를 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 공모 청약을 진행하면서 개인들도 물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의 공모리츠가 오피스나 리테일(마트·아울렛) 자산 중심이었다면 'ESR켄달스퀘어의 리츠'는 최근 가장 핫한 물류센터를 자산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부천,고양, 용인, 이천 등의 A급 물류자산 11개를 묶어 만든 자산1조3933억원 규모의 공모 리츠 상품이다. 8일까지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하고, 23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일반청약 물량은 총 공모물량인 7145만주 중 25%인 1786만주다.
11개 자산의 주요 임차인은 쿠팡이다. 고양, 부천, 안성 등의 대규모 시설 위주로 총 임대면적의 49%를 쿠팡이 사용하고 있다. 공모가는 5000원으로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쿠팡 물류센터의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거래량으로도 나타난다. 마스턴투자운용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량은 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조4000억원 대비 30%나 늘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을 포함한 리테일자산의 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14%감소한 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상당수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폐점 수순을 밟고 있는 매장들이 거래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물류센터는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성장형 자산이란 특징이 있다. 경기 호황기에는 소비가 늘어 물류 수요가 늘어 나고, 불황에는 쌓인 재고를 처리할 물류센터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삼성(삼성전자로지텍), 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 LG(판토스), 롯데(롯데로지스틱스) 등 국내 10대그룹 대부분이 자체적인 물류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류센터 투자의 매력은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국내 기업의 물류센터 수요가 치솟고 있는 만큼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수도권 물류개발 규제가 강화돼 개발 용지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도 물류센터의 희소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최근 배송수요가 높아지는 신선식품 처리가 가능한 저온기능과 운송시간을 줄일 수 있는 첨단 설비가 갖춰진 신축 물류센터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물류센터 노후화와 함께 감가상각이 커지는 점은 위험 요소다. 장기임대는 안정적 수익창출이라는 장점과 함께 임대료 인상이 제한된다는 측면에서 단점이 될수도 있다. 핵심 소비층이 위치한 수도권에선 다소 멀어지지만 임대료가 낮은 남부권에 물류센터 공급이 늘어나면 공급과잉 리스크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23년 까지는 공급과잉 리스크가 낮다는 게 삼성증권 물류리츠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류센터 인허가는 2017년까지는 연평균 약 145만평씩 이뤄졌다가 2018년부터는 연간 170만평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물류센터 재고면적은 2019년 1199만평에서 2020년 1291만평, 2023년 1791만평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3년까지 이커머스 연평균 성장률 19.4%를 적용해 물류센터 수요를 추정해 보면 2023년 1777만평의 물류센터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리츠 관련 보고서를 낸 이경자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물류창고 공급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해 실수요 대비 공급이 2.5%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나, 점점 실수요 증가율이 물류창고 공급증가율을 상회하며 점차 수급은 균형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별자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리츠 구조가 복잡해 자산가격이 적정한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리츠 투자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배당 수익률이다. ESR켄달스퀘어리츠의 예상 배당 수익률은 2021년 5.38%, 2022년 5.71%로 설정됐다.
ESR켄달스퀘어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리츠의 배당 수익률이 2~3% 수준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리츠는 배당주 성격을 띠고 있어 주가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아 주식보다는 채권에 가깝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경자 책임연구원은 물류창고에 투자할 때 오피스 빌딩의 자본환원율도 참고할 것을 조언했다. 현재 서울 오피스 빌딩의 자본환원율은 4%로 물류센터의 자본환원율이 4% 밑으로 떨어지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커머스의 발달과 함께 영국의 경우 오피스와 물류센터의 수익률이 역전됐지만 한국은 오피스의 희소성 때문에 수익률 역전은 힘들 것"이라면서도 "한국 특유의 높은 이커머스 성장률 등 물류섹터의 높은 투자 매력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SR켄달스퀘어리츠의 평균 자본환원율(cap rate)은 4.9%로 편입 자산 대부분이 준공 3년을 넘지 않은 신축 건물이다. 꾸준한 임대료 인상(연 1.5%-2%)이 예상된다는 것도 장점
ESR켄달스퀘어 관계자는 "최근 국내 우량 물류자산들이 4% 중반대의 자본환원율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첨단 설비를 갖춘 대형 물류센터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ESR켄달스퀘어리츠에 편입된 자산들의 자산가치 상승과 함께 향후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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