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사업 확대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정의선 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들과 개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사 사업 구조가) 자동차 50%, 개인항공기 30%, 로보틱스 20% 정도 될 것"이라며 "이 틀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계획"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도 그같은 그룹 철학에 따라 전격 성사된 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로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 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이동수단 분야에서도 선도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응·판단 기술이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시키는 제어 기술 등도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차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다.
현대차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 뒤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 2015년 처음 선보인 로봇개 '스폿'은 360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네발로 초당 1.58m 속도로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 자체 방수 기능까지 갖춘 데다 내구성이 뛰어나 건설 현장이나 석유 시추시설 등에 투입 가능하고 폭발물 처리 등 사람이 직접 하기 힘든 작업에도 효과적이다.
현대차의 생산·물류 공장에서 제품을 선별하고 이송하는 공정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픽'이나 '핸들' 같은 물류형 로봇이 도입될 수 있다. 지난해 개발된 픽은 물건을 집어들고 옮길 수 있는 로봇이며 핸들은 바퀴가 달려 있어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높은 시장성을 갖출 것으로 보이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2족 보행이 가능한 다리를 갖고 있고 팔과 손을 사용해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로봇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상용화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참여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로봇 중심 사업 역량 강화가 가능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존 부품 제조와 물류 역량 사이 시너지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로봇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치사슬도 형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나 부품 분야 다른 글로벌 업체들도 로봇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혼다·포드 등 완성차 업체와 콘티넨탈·보쉬 등 부품 업체, 로지스틱스 같은 물류 업체들은 물류 자동화 기업을 비롯해 AI·로봇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로봇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제·사회 활동 전반이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점 역시 산업계 로봇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45억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22%씩 늘어 올해는 총 444억달러(약 48조원) 수준에 도달할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올해부터는 연간 성장률이 더욱 높아져 오는 2025년엔 로봇 시장 규모가 1772억달러(약 194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확보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 보유 업체와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그룹이 지향하는 인류 행복과 이동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령화와 비대면이라는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는 계약 체결을 비롯해 향후 국내와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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