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전 국민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단기적으로 소비를 늘리더라도 일부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확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살까 말까 망설이던 '고가 상품'이나 기저귀, 면도기, 쌀 등 '생필품'에 지원금을 몰아쓰면서 정작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한 대면 서비스업은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간소비 부진을 완화하고 피해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한다는 정책목표 가운데 절반만 달성한 셈이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의뢰받아 수행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금액 및 지급가구의 약 80%를 포괄하는 신용·체크카드와 현금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실태를 정밀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DI는 "전년동기 대비 판매액 증가율이 슈퍼마켓·잡화(7.0%)와 백화점(-8.1%) 등에서 상이하게 나타났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의 90% 이상이 5·6월에 소비되고 지원금 사용가능업종의 판매액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비 진작 효과도 확인됐다. 전체 신용·체크카드 매출액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인 5월 11일부터 6월 21일까지 전년동기 대비 약 7.3% 증가한 이후 7~8월 들어 증가폭이 6.1%로 점차 축소됐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가능업종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감률은 4월 13일부터 5월 3일까지 -4.0%를 기록했지만 지급 이후인 5월 11일부터 6월 21일 사이 7.1%로 11.1%포인트 뛰었다.
코로나19 확산기간(2월 24일~4월12일)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 증가했던 전통시장 카드매출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15% 이상 더 늘어난 이후, 동행세일기간(6.22~7.12)에는 무려 39% 이상 급증했지만 이후 증가폭이 축소됐다. 코로나 확산 둔화 효과 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신용·체크카드 매출액 증가분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투입된 재원 대비 26.2%~36.1%로 선행연구와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매출감소 피해가 큰 대면서비스업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했다"며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업종에 대한 소비활성화 정책은 방역 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KDI는 과거 소득분위 등의 간접적인 기준보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 정도에 맞춰 소득지원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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