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폐업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사업주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지난해(8590원)에 비해 1.5% 인상됐다. 인상률만 놓고 보면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저치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한 뒤 지난해 2.87%로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34)씨는 "코로나19 이후 하루 매출이 50만원에서 5만원으로 급감했는데 임대료 300만원은 계속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알바비까지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가장 부담이 큰 업종은 서비스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응답은 70.8%로 집계됐다. 종업원 수가 줄었다는 응답은 12.3%로, 숙박음식업(21.9%)이 가장 많았다.
폐업도 잇따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휴·폐업률이 가장 많았던 업종은 노래방과 골프방, 비디오방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의 휴·폐업률은 1.77%로 전년(1.05%)대비 0.72%포인트 상승했다. 밤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유흥업소도 '개점휴업' 상태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거리두기와 상관없이 자체 휴업에 돌입한 곳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대학가에 위치한 한 주점은 '코로나19로 휴업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굳게 닫혀있었다. 이 가게 사업주 현 모(43)씨는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나는 날 문을 열 계획이었는데 계속 연장되고 있다"며 "직원들은 모두 해고했고, 대리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백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는 2~3월부터 국내 코로나19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 을지로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63) 씨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부터 야외 활동을 시작하지 않겠냐"며 기대를 나타
다만 정부가 집단면역 목표 시점을 3분기로 잡은 만큼 회복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총 9조3000억원의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코로나19 취약계층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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