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주 아라벨라 대표가 `씨 아일랜드 코튼 박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아라벨라] |
국내 시장에 한로를 단독 수입해 전개하는 정성주 아라벨라 대표는 한로(HANRO)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는 "프리미엄 속옷을 찾는 수요는 많지 않겠지만, 천편일률적인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프리미엄 제품까지 넓히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7년만의 외출'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장면, 하얀 원피스를 입은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통풍구 바람에 휘날리는 신에서 먼로의 치마 사이로 살짝 드러난 속옷이 한로의 제품이다.
15년 간 정 대표의 수입 속옷 유통은 한로가 처음은 아니다. 수 년 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끈 없는 속옷 '누브라'도 그가 국내에 들여왔다. 이어 이태리 명품 란제리 브랜드 코사벨라도 정 대표가 국내 수입 전개했다. 코사벨라는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와 '위기의 주부들'에 등장해 큰 인기를 얻은 속옷이다.
한로는 앞서 국내 한 유통 대기업이 국내에 들여온 적은 있지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기업도 손을 뗀 상황에서 한로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본 정 대표는 직접 스위스 본사로 찾아가 한로측을 설득한 끝에 독점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 한로를 국내 론칭했다.
↑ 씨 아일랜드 코튼 박서 [사진제공=아라벨라] |
한로는 현재 갤러리아 압구정점과 광교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AK프라자 분당점 등에 입점해있다. 정 대표는 우선 서울에 집중한 뒤 한로가 한국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1884년 설립돼 올해로 137주년을 맞은 한로는 실과 면 그리고 속옷을 모두 자체 제작한다. 캐시미어 내의, 니트, 스웨터 등 라운지웨어도 인기 품목이다. 한로가 외주 대신 자체 제작을 고집하는데는 140년 가까이 쌓아온 원단제작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로의 대표 제품은 1985년 개발한 옷의 상하좌우에 봉제선이 없는 '코튼 심리스' 속옷이다. 배우 니콜 키드먼이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입고 나와 유명세를 탔다. 키드먼 외에도 오프라 윈프리, 비욘세, 전 프랑스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한로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는 주로 CEO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며 "속옷계의 명품인만큼 가격이 비싼 편이라 기업인 등 일부 계층이 주 소비층"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석에서 한로 속옷을 애용하는 CEO 몇 분을 뵐 일이 있었는데 이 속옷을 입으면 뭔가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하더라"라며 "한 번 입어본 분들이 우리 제품의 팬이 돼 꾸준히 제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한로의 제품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2~3배 더 비싸다. 명품으로 알려진 캘빈 클라인 남성 속옷이 보통 4만~5만원, 이탈리아 명품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남성 속옷도 10만원 안팎인데 반해 한로는 평균 15만원 정도의 고가 제품이다. 정 대표는 "한로에서 최근 선보인 '씨 아일랜드 코튼 박서'를 조만간 국내 전개할 예정"이라며 "블랙, 화이트 두 가지로 출시되는 해당 제품의 소비자가는 39만원"이라고 소개했다.
'씨 아일랜드 코튼 박서'는 제품명처럼 '씨 아일랜드 코튼'으로 만든다. 이 면화는 까다로운 기후 조건으로 인해 카리브해 영국령 서인도제도에서만 재배한다. 사람의 손으로 수확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부드럽고 정교하게 가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씨 아일랜드 코튼의 생산량은 전세계 면화 총 생산량의 약 0.0004%에 불과하다. 정 대표는 "씨 아일랜드 코튼 박서는 타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촉감과 질감을 자랑한다"며 "제품 내에 홀로그램 상표와 고유 제품번호를 넣어 씨 아일랜드 코튼을 사용한 100% 진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올해 홈쇼핑 진출과 더불어 향후 자체 브랜드 론칭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 프리미엄 이너웨어 시장 규모는 작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
"우리나라에선 속옷은 저렴한 가격으로 사서 잠깐 입고 버리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제는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입는 문화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사람들에겐 한로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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