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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0배 더 빌려 드립니다"…레버리지 투자사기의 늪

기사입력 2021-01-20 13:58 l 최종수정 2021-01-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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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어서면서 그야말로 주식 투자 열풍,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에 대한 인기가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를 노리는 사기 범죄도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데요.

이번엔 최근에 취재했던 '레버리지 투자사기'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 '늪'과 같은 레버리지 투자사기

"6개월 동안이나 이게 사기인 줄 몰랐어요."

레버리지 투자사기로 수천만 원을 날렸다는 한 피해자가 취재진에 가장 먼저 한 말이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사기는 투자금의 10배, 15배를 더 투자할 수 있도록 제안해, 특정 매매 프로그램 사용을 권유합니다. 보통 자신들이 개발했다며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이나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프로그램 파일을 메일로 전송해 사용하게끔 합니다.
사진 = 국내 K증권사 매매 프로그램(좌측)과 사기 업체 매매 프로그램(우측)
↑ 사진 = 국내 K증권사 매매 프로그램(좌측)과 사기 업체 매매 프로그램(우측)

메이저 증권사들의 프로그램보다 조악하긴 하지만, 호가창이 같이 움직이고, 주식 매수를 누르면 매수가 완료됐단 팝업창까지 뜹니다. 사설 업체에서 만든 수준이라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보내준 프로그램은 '가짜'라는 겁니다.

범죄의 핵심은 이 프로그램입니다. 이걸 이용해 투자자가 마치 '투자를 하는 것'처럼 속입니다.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업체는 투자자가 예수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면 그대로 편취합니다. '가짜 프로그램'에는 예수금과 예수금의 10배 추가 투자금도 프로그램상 표기해주는 식입니다.

그런 다음 프로그램을 조작해 점차 투자 손실을 본 것처럼 꾸미고, 원금보다 손실이 나면 빌려줬던 대출금도 회수해버리죠. 투자자의 예수금 100만 원, 업체에서 빌려준 1,000만 원해서 모두 1,100만 원을 투자하다가 손실이 100만 원이 넘으면 모두 회수해 버립니다. 결국, 실제 투자처럼 꾸미고 사기 업체는 원금을 편취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하다 손실을 본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피해자들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돈을 더 입금하는 경우가 많아 반복적으로 편취하는 구조입니다.

◆ 모집부터 관리까지, 조직적 범죄

레버리지 투자사기 업체는 보통 ○○스탁, □□에셋처럼 마치 금융회사인 듯한 업체명으로 투자자를 현혹합니다. 취재과정에서 통화했던 한 업체는 최근에 거래량이 많아져 '거래소'로 커졌다고 광고하기도 했습니다. 오픈톡방에서 주식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모아 사기 프로그램 사용을 권하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접촉했던 전 사기 업체 직원은 조직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고 폭로했습니다.

총책으로부터 데이터베이스를 받아 피해자를 모집하는 모집팀, 예수금 입금을 유도 관리하는 관리팀 등 범죄조직화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화 응대부터 사기임을 의심하는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매뉴얼도 존재했습니다.

유령 법인을 만들어 그 법인 통장을 범행에 사용했습니다. 주식 투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전기, ○○텔레콤이라는 다소 황당한 법인명도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의심하는 경우 '입출금 제한이 있기 때문에 통장이 여러 개다'는 변명으로 둘러대라 지시했다고 전 직원은 밝혔습니다.

◆ 피해 구제도 '험난'

피해자 대부분은 이게 사기인 줄 모르고 단순히 주식 투자에 실패한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피해자 중에는 전 증권사 직원도 있었을 만큼 레버리지 투자사기는 교묘하게 투자자들을 속입니다.

사기임을 알아챘을 때도 피해구제가 쉽지 않습니다. 전 업체 직원은 극히 드물게 일부 피해자가 금감원에 신고하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원금만 돌려주고 그 사람과는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합니다.
사진 = 네이버 카페 '레버리지/ FX마진 가상거래 사기 피해자들의 모임' 대표 최정미 씨
↑ 사진 = 네이버 카페 '레버리지/ FX마진 가상거래 사기 피해자들의 모임' 대표 최정미 씨

레버리지 투자사기 피해자모임 카페를 운영 중인 최정미 씨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하고 은행에 통장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지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범죄를 보이스피싱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고 지급정지만 제때 해준다면 추가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일부 수사기관이나 은행에서는 이 레버리지 투자사기를 피해자가 주식 투자에 실패한 것처럼 인식한다"면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레버리지 투자사기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호선 변호사는 "레버리지 투자사기는 사람을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범죄라며, 굉장히

악질적인 범죄"라며 '디지털 폰지사기'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등기 전산망을 통해 (유령 법인) 관련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하면서, 대포 통장 거래로 인한 처벌을 현행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장명훈 기자 / jmh07@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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