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일변도의 접근은 오히려 '상생(相生)'이 아닌 '상사(相死)'하는 지름길이다." "정부의 유통업계에 대한 인식은 대기업 대 소상공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치우쳐 있다." "산업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 방향이 '갑질'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통·식품·패션업계를 대변하는 주요 협회들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규제 공세'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부와 국회에 던진 따끔한 일침이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신년을 맞아 각 분야를 대표하는 유통 관련 협회 9곳을 대상으로 올해 시장 전망과 함께 각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요소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대다수 협회는 "과도한 규제가 발전은 물론 업체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규제가 아닌 지원'으로 유통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의 모임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10여년간 지속해온 유통규제 강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통규제 개선을 위한 법안처리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로 대형마트와 준대규점포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와 온라인영업 규제를 꼽으며 "시행된 후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소비자, 농어민이나 중소제조업자 등 납품업체, 임대상인 등에 피해를 주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마트 등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제한 시간에는 온라인영업도 할 수 없어 사실상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유통기업과의 경쟁도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중소유통 보호와 상관이 거의 없는 것으로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백화점협회는 "지나치게 대규모유통의 시장 진출과 영업시간 등을 규제하는 정책은 국내 유통산업의 발전이 아닌 침체를 가속시킬 뿐"이라며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발전하는 글로벌 유통기업들에 의해 국내 유통시장이 침탈당하지 않도록 유통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대한 한 달에 두번 의무휴무 적용 입법에 대해 "법률안 개정 작업을 중단하거나 근원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세점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추진 움직임이 이어지는데 대해 한국면세점협회는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데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 분석방법을 공유하거나 대기업이 만든 플랫폼에 소상공인이 입점하는 등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산업의 성장과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며 "유통산업 성장과 혁신은 한쪽을 규제하고, 한쪽만 지원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통업체 규제의 폐해는 비단 유통기업을 대변하는 협회에서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마트 규제로 이곳에 입점돼 있는 중소 패션기업 매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말 영업이 제한돼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식업 관련 협회들도 생존위기에 빠진 외식업체들을 위한 관련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협의권, 차액가맹금 공개, 예상매출액 제공강제, 악의적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과 경제상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강한 규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자영업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식업체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개별 외식업체의 매출감소로 빈사상태에 처해 있다"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주휴수당 폐지 등 임금제도 유연화, 매출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고려하는 등 소상공인 인용보증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커머스와 푸드테크 등 신규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플랫폼 규제' 입법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온라인쇼핑협회는 "온라인 쇼핑시장은 중소상인들이 오프라인에 비해 쉽게 창업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시장인데 이런 규제의 잣대들이 계속 드리워진다면 시장이 위축돼 국내 중소상인들의 사업이 같이 존폐할 수 있는 위기로 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에는 유통산업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진흥계획이나 법안이 없는 상황이며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규제 관련 법안들만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무조건 왜곡된 시점으로 계속 규제의 잣대를 드리우면 국내 유통시장은 발전은 커녕 오히려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푸드테크협회는 "코로나19로 비대면 배달 서비스가 급증했는데 배달 O2O 기업만 해도 관련 법규제가 20개나 된다"며 "식품 생산, 가공, 유통, 물류, 안전 등의 관련 법과 감독기관이 식약처, 지자체,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에 산재되어 있다 보니 효율적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협회들이 이구동성으로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올해도 녹록치 않는 경영환경이 자리한다.
백화점협회는 "코로나 이후의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고착화되거나 더욱 가속화됨으로써 오프라인 유통은 전년도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성장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소비의 무게 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이커머스가 유통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반면, 오프라인 기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점협회도 "대내적으로는 제도개선의 경직성과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발견에 따른 입국제한 조치 강화 요인, 대외적으로는 중국정부의 자국 면세점 육성정책 적극 추진과 중국 내 국내 면세품 대량 거래시장단속 심화로 인해 (시장 업황에 대한) 하방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업황의 '정체 또는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프랜차이즈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막대한 매출 손실 지속과 및 생계 위협 초래, 집합금지 명령으로 누적된 비용 부담을 감당 못해 폐업하는 점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식업중앙회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지난해 연말특수 없는 최악의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져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며 향후 코로나 백신 상황에 따라 작년보다는 회복되겠지만 '집밥'을 즐기는 등 외식소비 패턴이 바뀐 탓에 "외식산업 규모 자체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온라인쇼핑협회는 "언택트 소비확산 덕택에 10% 성장"을, 푸드테크협회는 "밀키트, HMR 등 관련 산업과 비대면서비스 수요, 지구환경을 지키는 대체육과 로봇조리 등이 올해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패션산업협회는 "상반기까지 서서히 회복 징후를 보인 후 3~4분기에 플러스 성장세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도 계속될 업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체인스토어협회는 유통기업들의 투자와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현행 규제를 없앨 것을 주장하는 한편 규제 철폐가 어려울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나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생필품의 보급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업제한 시간 및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만이라도 우선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지역화폐나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대형마트와 SSM을 포함하고, 객수가 줄어든 만큼 소비자들의 차량 이용이 현저히 감소한 점을 감안해 교통유발부담금도 감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화점협회도 "코로나19의 완전한 퇴치시까지 국민과 기업들이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해 정부차원의 각종 재정 지원 및 세금·부담금 감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규제법안의 시행유예와 종전 규제 완화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면세점협회는 "공항 임대료 감면, 면세품 내수통관과 제3자 반송 허용,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 정부 지원의 후속정책이 이어진다면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식업중앙회는 "올해 1~2월 안에 담보 대비 대출 비용을 늘려주는 등 1분기를 견뎌 낼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대책으로 임대료 직접지원 법제화, 2차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시행, 각종 공과금 및 조세감면을 꼽았다.
프랜차이즈협회는 "영업제한조치에 따른 피해 중소상공인들의 손실보상과 지원책 마련, 상생에 동참하는 가맹본부에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푸드테크협회는 "푸드테크 자본 생태계 구축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푸드테크 관련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산재된 푸드테크 관련법을 일원화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푸드테크산업진흥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는 "섬유패션산업은 국부를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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