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국제적으로 최소 법인세율을 15%로 정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 디지털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빅테크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실제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하고(필라1), △각국이 다국적 기업에 대해 최소 15%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거두는 방안(필라2)을 논의 중이다. 내달 9일~10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글로벌 경제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Q.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삼성과 현대차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대기업도 해외에서 추가 과세 사정권에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그렇잖아도 국내에서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는데 해외 국가에도 내야하는 세금 부담이 더해지면 기업 활동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A. 이번 글로벌 세제개혁의 골자를 ① 매출 발생한 곳에서 세금 납부, ②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 등 크게 두 가지로 이해하면 "아일랜드 등 해외 저세율국가에 현지법인을 두고 15%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절세 전략을 취해온 기업들만 종전보다 세금이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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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라1 "돈 버는 국가에 세금 내라. 대신 본국에서 '그만큼' 깎아줄게"
우선 디지털세는 해외 각국에서 매년 수 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해당 국가에 제대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왔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 타깃이다. 과세 방식은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통상이익'과 '초과이익'으로 나누고, 초과이익의 일부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통상이익은 영업활동 등 유형자산을 통해 번 이익, 초과이익은 모바일 등 무형자산을 통해 번 이익을 뜻한다.
이달 초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들은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글로벌 대기업으로 대상을 특정하고, 이들 기업이 거두는 초과이익분의 최소 20%에 대해 해당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가령 미국 IT기업 페이스북의 총이익이 1000억 달러인데 이중 통상이익을 제외한 초과이익이 500억 달러라고 해보자. 그리고 전체 총이익 가운데 50%가 고정사업장이 없는 한국(법인세율 30%)에서, 나머지 50%가 미국(법인세율 20%)에서 거둔 이익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현행대로라면 고정사업장이 없는 한국에서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총이익 1000억 달러에 법인세율 20%를 적용한 200억 달러를 세금으로 낸다.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초과이익 500억 달러를 대상으로 우선 과표를 계산한다. 500억 달러 전체를 디지털 경제로 인한 초과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여기에 일정비율을 곱한다. G7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20%를 적용해 100억 달러를 디지털경제로 인한 초과이익이라고 보면, 총이익 발생 비율(5:5)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각각 50억 달러씩 과세표준을 나눠 갖는다. 기존에는 세금을 전혀 걷지 못했던 한국 정부는 50억 달러에 자국 법인세율 30%를 곱한 15억 달러를 과세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계산이 조금 더 복잡하다. 디지털세가 도입되기 전 미국 정부에 200억 달러를 납부한 페이스북은 한국 정부에 낸 세금 15억 달러를 '이중과세'로 간주해 미국에 낸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 결과 200억 달러에서 한국에 낸 15억 달러를 뺀 185억 달러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게 된다. 미국에서 디지털경제로 벌어들인 초과이익 50억 달러에 미 법인세율 20%를 적용한 10억 달러 세금은 185억 달러에서 공제받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조세수입은 한국 15억, 미국 185억 달러가 된다. 페이스북 입장에서 전체 세 부담액은 디지털세 도입 전후 모두 200억 달러로 동일한데 단지 미국 정부에 내던 세금 중 일부를 떼어내 한국 정부에 내는 셈이다.
◇ 필라2 "돈 번 곳이 조세피난처라면 모자란 세금은 본국에 '더' 내라"
앞서 제시한 사례는 필라1이 정부 간 과세권의 배분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따라서 기업의 총 세금 부담은 원칙적으로 더 늘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동일한 크기의 파이를 두고 서로 어떻게 나눠먹을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이스북 같은 초국적 IT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과 같은 국가는 기존에 거두던 세금이 줄어들 수 있는 반면 이들 IT 기업들이 진출해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는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의 세수 확보 가능성에 방점이 찍힌다.
개별 기업의 세금 부담이 종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은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다루는 필라2다. 앞서 제시한 페이스북 사례에서 한국이 터무니없이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인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디지털경제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총이익 1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에 대해 미국에서는 20%의 세금을 내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극단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이 5%에 불과하다면 디지털세가 도입되더라도 총 세 부담 200억 달러 가운데 한국에 내는 세금은 2.5억 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15%로 정해지면서 페이스북이 조세피난처로 삼았던 한국에서도 15%의 세율이 적용된 7.5억 달러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핵심은 종전 세 부담인 2.5억 달러를 넘어서는 부분(5억 달러)을 본사가 위치한 미국에 '추가로' 더 내게 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미국과 한국에 내야 하는 총 세금은 200억 달러에서 205달러로 늘어나며 증가한 파이는 고스란히 본국인 미국 몫이 된다. 결과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이 15%보다 낮은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은 종전보다 세 부담이 커지고 이들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국가는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삼성, SK, LG 등 일부 대기업 절세전략 수정 불가피할 듯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전자공시 시스템을 바탕으로 6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51개 대기업 집단의 조세회피지 소재 역외법인은 모두 22곳 473개로 나타났다. 싱가포르가 146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말레이시아 93개, 필리핀 50개, 케이맨제도 41개, 칠레 36개, 파나마 28개, 오스트리아 16개, 벨기에 16개, 스위스 12개, 룩셈부르크 10개, 버진아일랜드 6개 등 순이었다.
파나마, 버뮤다제도,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등이 공통으로 지적한 조세회피처로 분류된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도 2009년 OECD의 '비협조 조세피난처' 목록에 이름을 올린 국가들이다.
이곳에 역외법인을 둔 대기업 집단들을 보면 삼성이 59개로 많았고 이어 SK 57개, LG 34개, CJ 33개, 현대자동차 25개 순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지 소재 역외법인이 10개 이상인 대기업 집단은 15개였다. 이들은 본사가 있는 한국 정부에 추가 세금을 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이마저도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세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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