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금융불균형 현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대비 더 누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하는 가운데 암호자산(가상화폐)과 같은 투기적 수요 증가에 따른 위험선호 강화 현상과 민간신용 확대와 연계된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금융불균형 누증 상황에서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같은 대내외 충격 발생시 국내 주택가격이 큰 폭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자료 제공 = 한국은행] |
금융취약성지수 코로나 이전 대비 17포인트 상승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취약성지수(FVI) 신규 편제 결과와 금융불균형 누증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이같이 분석했다.
금융시스템 취약성과 더불어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금융취약성지수는 오름세를 지속해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지난 2019년 1분기 37.5, 2분기 39.3, 3분기 39.0, 4분기 41.9에 이어 지난해 1분기 45.9, 2분기 46.6, 3분기 50.0, 그리고 4분기에는 53.8을 찍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해당 지수가 58.9를 기록해 코로나19 위기 이전(2019년 4분기 41.9)보다 17.0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취약성지수로 평가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
금융취약성지수 상승은 금융불균형 누증, 금융기관 복원력 약화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에 초래될 부정적 영향의 크기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하락의 경우 그 반대로 금융불균형 완화, 금융기관 복원력 강화를 뜻한다.
금융취약성지수는 금융불균형을 측정하는 자산가격, 신용축적, 금융기관 복원력 3가지 평가요소를 다시 11개 부문, 39개 세부지표로 구성해 지표별 표준화 등의 과정을 거쳐 산출한다.
↑ [자료 제공 = 한국은행] |
자산가격 총지수 올해 1분기 91.7…금융위기 수준 육박
특히 최근 주식를 비롯해 부동산 시장의 수익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자산가격 총지수가 외환위기(1997년 4분기 93.1) 및 글로벌 금융위기(2007년 3분기 100.0) 당시의 최고점에 근접했다. 자산가격 총지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 58.4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해 1분기 91.7까기 치솟았다.
한은은 위험선호 강화에 따른 자산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과도한 레버리지(부채 확대)로 특징 지어지는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자산가격 조정, 급격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통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현재의 금융불균형 수준에서 극단적인 경우(10% 확률) 국내 경제성장률이 -0.75% 이하로 하락할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금융불균형 누증과 관련해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종전보다는 (금융불균형 누증 완화를) 고려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불균형 누증, 주택가격 하방리스크 작용"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 시 디레버리징이 발생하면서 주택가격의 큰 폭 하락 가능도 언급했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 신용 확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심화가 향후 주택가격의 하
한은은 "주택가격과 신용규모가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금융불균형을 완만히 조정해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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