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들이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고 이를 통해 경연과는 다른 차원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임재범이 아내의 암투병을 고백하며 생활고를 언급하고, 솜 빠진 해드폰이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윤도현이 딸을 위해 부른다며 ‘마법의 성’을 선곡하는 등의 모습이 그것.
이는 ‘나가수’가 기본적으로 예능프로그램임을 주지할 때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나가수’가 주는 감동의 본질이 이를 통해 왜곡되고 훼손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임재범의 사생활이 궁금하다?
임재범의 TV 출연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하지만 인구에 더 많이 회자가 된 것은 임재범의 아내 송남영씨의 암투병 사실이었다.
임재범은 "내가 그 사람의 병을 키웠을 수도 있다. 우울증과 조울증에 빠져 6~7년을 보냈는데, 그동안 아내가 너무 힘들어했었다. 수익도 저작권료만 100~200만원 정도였다"며 가장으로써 경제적 부담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임재범이 사용한 헤드폰이 저가의, 심지어 솜까지 빠진 낡은 것이라는 사실이 네티즌들에게 포착되면서 임재범에 대한 관심은 음악 자체에서 사생활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기실 대중이 창작자와 창작물을 온전히 분리해 수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창작자의 사적인 부분이 부각될수록 작품에 대한 감수는 이에 끌려가며 왜곡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재범의 무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는 이 같은 방송의 리얼리티 장치는 결국 가수와 시청자 모두에게 독이다.
편집이 만드는 강요된 감동
리얼리티 장치는 방송 자체에서도 포착된다. 방송 내내 카메라는 감동에 북받친 관객들의 모습을 잡느라 분주하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관객,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 눈을 지긋이 감고 감상에 빠진 관객,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의 모습이 노래 부르는 내내 삽입된다. ‘나가수’의 카메라는 대기실에서 경쟁 가수의 공연을 지켜보는 다른 가수들의 표정도 집요하게 잡아낸다. 탄성을 터트리고 박수를 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구성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위한 편집 장치다.
사람의 감정은 쉽게 전염된다. 실례로 누군가 하품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이 그 하품을 따라하게 되는 것은 피곤함이나 포만감 같은 육체적인 요인이 아니라 감정 전염의 결과라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장치에 쉽게 전염된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조금 더 예민하게 느껴 불편하다고 하기도 한다. 모두에게 같은 감동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실제로 감동은 모든 사람에게 다르다. ‘나가수’가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차용해 1등부터 꼴찌를 가릴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전제 때문이다.
대중이 선택은 늘 옳다?
마지막으로 ‘나가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청중평가단에 의한 투표’라는 리얼리티 형식에서 기인한다. ‘나가수’는 김건모의 탈락과 재도전에 대한 공정성 문제로 프로그램이 존폐 위기까지 처했다. 500명이라는 청중평가단, 즉 대중의 선택을 방송사 PD가 뒤집었다는 것이 논란이 촉발된 이유다. 대중이 리얼하게 선택한 결과가 방송사의 권력에 의해 강탈됐을때 대중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결국 프로그램은 한달간 결방됐고 담당PD는 교체됐으며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대중의 승리였다.
방송재개 한 달만에 ‘나가수’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완벽하게 역전됐다. 새로운 가수들이 투입되고 방송이 재개되자 대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가수’를 향한 찬사를 쏟아냈다. 예술에 대한 줄 세우기, 여전히 불편한 편집 등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대중이 스스로의 권력을 증명한 이후 모든 비판의 순기능들은 정지돼 버렸다. 실례로 스포일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가수’에 생방송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중들의 반응은 극단적인 공격성을 띄었다.
실제로 ‘나가수’가 생방송 진행에 걸림돌은 무대를 바꾸는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객석에서는 MC 이소라가 다음 가수를 소개하는 등 진행을 하는 동안 무대 세팅이 대부분 마무리 된다. 철저한 리허설을 하는 이유다. 실제로 문제는 음원의 수익문제와 앞서 지적한 편집 탓에 생방송 진행이 불가한 것이 사실이다.
가수 신해철은 “대중들은 예술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나가수’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예술에 대한 존경심 없이 ‘나가수’가 우리 대중 문화에 진정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