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무용과 출신으로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나였던 도지원이 1989년 KBS 특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20여년 동안 선보인 작품 중 ‘일부’다. 제목만 들어도 시쳇말로 ‘후덜덜’ 하다.
칭찬이 내심 쑥스러웠기 때문일까.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도지원은 축하 인사에도 다만 꽃 같은 미소로 화답했다. 40%대의 핫 한 시청률로 종영한 KBS 1TV ‘웃어라 동해야’의 동시간대 1위 기쁨도 어쩌면 그녀에겐, 오랫동안 반복 학습된 기억일 거란 생각도 든다.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드라마를 꼽아보라 하니 ‘서울뚝배기’ ‘일출봉’부터 ‘여인천하’ ‘수상한 삼형제’에 이르기까지 총 일곱 편을 꼽는다. “모두 1위 했던 작품이네요(웃음).” 이쯤 되면 시청률 여왕,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 하다. 도지원 역시 싫지 않은 미소를 보이면서도 “어휴, 부담 되네요. 다음 번에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어쩌죠?”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많은 사랑을 받는 드라마에 단골 출연할 수 있던 비결은 ‘운’도 있지만 ‘감’도 있다고 귀띔한다. “대본을 읽어보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한 작품들이에요.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1위를 했죠.” 겸손이 미덕이라지만, 어쩌랴. 1위를 한 것을. 도지원은 ‘모래시계’와 붙어 고전했던 비운의 수작 ‘까레이스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지금 봐도 정말 잘 만든 드라마일 것”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연기 하면서 내가 부딪치는 부분들이나 뭔가 벗어나고 싶단 생각이 든다면 그만 둘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연기 하는 게 재미있으니까요. 늘 다음 작품, 다음 연기를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다만 하면 할수록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잘 하고 있는 걸까’ 고민은 늘 있죠. (기분이)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좌절이 있으면 성공도 있고,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는 거니까요. 이번 작품이 잘 안 됐다고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좌절하면 안돼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초’ 긍정적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능력이다. “저도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스스로 낭떠러지에 떨어뜨릴 정도까진 안 가고, 마음속에서 순화시키는 편이에요. 예전에 비해 고민하고 끙끙 앓던 습성은 많이 버리게 됐어요. 연륜이라면 연륜일 수도 있겠는데, 과거엔 고민이 있어도 남한테 얘기도 잘 안 하고 혼자 삭히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부딪쳐서 해결을 하고, 빨리 도지원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아요.”
“음... 언젠가 사주풀이를 본 적이 있어요. 정작 생년월일은 안 맞는 상태였는데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감성’이라는 풀이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보니까 그게 나란 사람을 표현할 때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들에겐 유한데 나에게는 늘 채찍질을 하는 것 같다 할까요.”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몸에 밴 배려가 됐다. 반면 스스로에게는 엄격했다. “연기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나에게 다짐했던 것들, 가령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살겠다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까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변하지 않고 초심을 갖고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늘 한결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에게는 차가운 느낌으로 대했지만, 남들에겐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게, 지금까지 저를 버티게 했던 거 같아요.”
나지막이 말하는 그녀에게선 ‘웃어라 동해야’ 속 안나 레이커의 모습이 비춰졌다. 9세 정신연령의 안나는 이 시대가 잃어버린 선(善)의 전형이었다. “안나의 대사는 비록 짧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걸 한 마디 한 마디에 다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안나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한 마음의 노력이라도 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드라마 속에서 롤 모델을 만난 덕분일까, 도지원으로부터 안나의 향기가 진하게 전해졌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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