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으로 감각적인 필력을 입증한 ‘홍자매’ 홍정은 홍미란 작가를 만났다. 쉴 틈 없이 계속된 강행군으로 한 숨 돌릴 만 하지만 쏟아지는 러브콜에 과연 제대로 쉴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되는 작가계의 스타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끝낸 뒤 “계약 때문에” 곧바로 ‘최고의 사랑’ 작업에 돌입한 홍자매 작가는 “너무 급하게 들어가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마즙 산딸기즙 등 각종 즙을 옆에 놓고 링거 맞듯 보충했다”고 무시무시했던 작업기를 떠올렸다.
전작들에 비해 구상 기간이 짧았던 만큼 바짝 준비해야 했다. 작업 공간(두 사람은 한 집에 산다)이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박홍균 PD와의 사전 작업도 치밀했다. 최초 ‘애정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수정 작업을 거쳐 ‘최고의 사랑’으로 재탄생했다.
드라마 속에 종종 등장한 연예기사 폼(Form)은 실제 기사처럼 리얼했고, 댓글 역시 맛깔났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평소 방송·연예기사에 관심을 많이 가진 덕분이었다.
“워낙 연예인 하면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잖아요. 정말 별세계처럼 먼 것 같지만 마치 내가 가까이에 있는 듯 심취하고 또 참견하게 되는 게 연예계니까. 그래서 연예계 이야기를 쓰게 됐죠.”
작가의 사심(!)이 반영된 캐스팅, 차승원 역시 오글거리는 독고진의 마력을 배가시키며 ‘시크릿가든’ 현빈을 능가하는 국민대스타로 떠올랐다. 이로써 ‘최고의 사랑’은 제목 그대로 올 상반기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홍자매의 만루홈런’이라는 세간의 칭찬에 대해 홍정은 작가는 “대중적으로 잘 돼 그렇게 얘기해주시는 것 같아요. 구애정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연예인의 애환을 리얼하게 그려냈는데 공효진씨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잘 맞아떨어진 점이 주효했죠. 차승원씨 역시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독고진을 멋있게 만들어주셨습니다”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알려진 대로 홍자매 작가는 실제 자매로, 방송 작가를 하다 드라마로 넘어온 이색적인 이력을 지녔다. 2005년 ‘쾌걸춘향’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홍자매 작가는 불과 6년 만에 그만의 브랜드를 가질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 하지만 처음부터 성공을 확신했을까?
“모험이었죠. 당시 미란이는 시트콤을, 저는 주말 버라이어티를 하고 있었는데, 드라마의 꽃이라는 주중 미니시리즈 공모에 대본을 넣은 건 한 번 해볼까 하는 도전이었어요. 잘 되면 좋은거고 안 되면 본전이고. 큰 기대 없이 그냥 써서 냈는데 저희 대본이 ‘캐스팅’ 된 거죠.”(홍정은)
다행히도 ‘쾌걸춘향’은 4회 만에 20% 시청률을 돌파하며 소위 ‘대박’을 쳤고, 기성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톡톡 튀는 감성으로 마니아층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홍자매 작품이라 하면 무조건 ‘닥본사’를 외치는 팬들도 다수 생겨났다.
“평범하고 낯도 가릴 만큼 가리는 편이에요.”(홍정은) “사실 개그맨 분들도 평소엔 묵직한 분들이 많잖아요. 저희도 비슷해요. 그 웃기는 대본도 사실 엄청 고통스럽게 쓰는 거거든요. 저희가 인간적으로 그렇게 웃긴 사람은 아니에요.”(홍미란)
홍자매는 “우린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큰 일탈이나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자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독고진처럼 무례하거나 나상실처럼 무개념은 아니랍니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 작가로 전향한 이후 현재까지 모든 작품을 공동 집필하고 있다. 7편의 작품을 하는 동안 설마 단 한 번도 충돌이나 이견이 없었으랴 생각에 갈등 경험을 묻자 싱겁게도 “충돌은커녕 의견이 갈라진 적도 전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놉시스 구상부터 모든 이야기를 늘 함께 만들어내거든요. 캐릭터 설정부터 스토리까지 특별히 분업 없이 전부 다 협업으로 만들죠.” 코믹 또는 멜로 등 특별히 강세를 띠는 장르가 개인별로 다를까도 싶었지만 그 역시도 함께 하고 있단다.
“누가 어떤 부분을 더 잘하고 그런 게 없어요. 에피소드별로 한 마디씩 더 얹거나 덜거나 하는 모든 과정을 상의해서 결정하죠. 찢어놓고 일 하는 법이 없어서 두 사람이 16부 대사 전체를 다 알 수밖에 없어요. 우린 회의를 하면 할수록 더 잘 되는 시스템이죠.”
언젠가 복수극이나 가족극을 써 볼 생각도 있지만, 대중성을 더 벗어난 마니아틱한 코미디를 할 수도 있겠다 말한다. 아직 홍자매표 주말 가족드라마는 실감이 안 나지만, 분명 범상치 않은 드라마가 나오리란 확신이 든다. 이쯤 되니 궁금해지는 점 하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홍자매는 진화하고 있을까.
“진화라기 보단, 생존이란 표현이 맞을 듯 해요(웃음).” 홍미란 작가가 답했다. “이쪽 계통이 변화가 굉장히 빠른 것 같으면서도 보수적인 부분도 있고, 방송 일이란 게 정말 어렵거든요. 다행히 이 일을 계속 해도 되는 사람으로 생존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어디선가 불러주고, 찾아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특히 같이 일 하고 나서 누군가에게 하나씩 (성취를)얹어줄 수 있는 작가인 게 좋은 것 같아요.”
홍정은 작가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저희 드라마 자체도 밝고 명랑하지만, 솔직히 사명을 갖고 쓴다던가 하는 부담감은 별로 없어요. 최선을 다 해 열심히 써서 시청자들이 잘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는 거지, ‘더 성숙해져서 뭔가를 꼭 보여줘야 해’ 이런 것에 대한 부담감은 별로 없어요. 그런 부담을 갖게 되면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 물론 ‘있다’. “저희 작품 중에 시청률이 제일 잘 나왔던 게 ‘쾌걸춘향’이었어요. 솔직히 시청률이 조금 더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반드시 칭찬을 받아야겠다던가 그런 건 없어요. 때문에 전작에 비해 진화했다고 말씀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앞으로도 부담은 갖지 않으려 해요. 앞으로 더 유치해질 수도 있는걸요? 다만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초심만은 잃지 않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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