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은 드라마에서도 잘 나가는 배우지만, 스크린에선 더 잘 터지는 배우다. ‘바이준’으로 데뷔해 ‘동감’ ‘해피투게더’ ‘로망스’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동갑내기 과외하기’ ‘청춘만화’ ‘7급 공무원’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통해 티켓파워도 검증받았다.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대박 혹은 중박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400만을 넘긴 영화 ‘7급 공무원’ 이후 2년 만에 선택한 영화는 뜻밖에도 스릴러물.
내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블라인드’에서 그는 시각장애인 여대생으로 분했다. 드라마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멜로퀸의 진수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선을 오가는 깊고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로맨스의 여왕’ 김하늘에겐 ‘터닝포인트’가 될 만하며, 14년차 배우 김하늘의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쏟아낸 작품이라 할 만하다.
최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하늘은 “스릴러물은 처음이지만,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라는 설정보다 그걸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에 더 끌렸다”는 이유다.
‘블라인드’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경찰대생 수아(김하늘 분)가 살인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 감각만으로 보이지 않는 범인과 사건을 추적해 가는 내용을 그렸다.
‘수아’는 경찰대 재학 중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오감을 동원한 감각과 추리력으로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무조건 인포메이션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그런 디테일들이 어떤 캐릭터보다 중요했고 어떤 작품보다 많은 도움이 많이 되니까요. 실제로 촬영 두 달 전부터 준비를 했는데 시각 장애인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탄탄한 밑거름이 됐죠.”
‘영리한 배우’ 김하늘은 호흡 하나, 몸짓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연구하고 분석해 연기했다. 완벽한 ‘수아’가 되기 위해 맹인학교를 찾아가고, 그들의 밥 먹는 모습까지도 관찰했다. 시각 장애인이 출연하는 모든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하고, 눈을 가린 채 케인을 잡고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대사를 치거나 표정연기를 할 때 감독님이 생각하는 캐릭터보다 자꾸 어둡게 됐어요. 느낌이 가라앉는달까. 세상과 자꾸 부딪히려고 노력하는 친구인데, 전체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데 애를 먹었죠.”
무엇보다 고충은 “실제론 눈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는 “눈을 마주쳤을 때 초점이 있을 때 연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가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반면, 과거 공황장애와 폐소 공포증을 앓았던 경험은 도움이 됐다.
“좁은 공간에 있으면 답답하고 힘들어 해외에 잘 못 나갔어요. 지금도 비행기를 잘 타지 못하는데, 그런 경험들이 예민하게 연기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줬죠.”
유승호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그 친구가 기존에 했던 연기 스타일과 많이 달라, 저도 관객의 입장에서 궁금하게 지켜봤어요. 다 알다시피 연기 잘 하는 배우니까… 동생이라는 느낌보다는 같은 배우로 대해주고 서로 존중하면서 촬영을 했죠. 승호는 성격 자체가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고 겉으로 봤을 때 무척 어른스러워요.”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죠. 이 일을 막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주관이 뚜렷한 편이었던 것 같아요. 나를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은근 남모르는 울적함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땐 자연과 만나는 것 그리고 평온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연과 마주치는 순간, 답이 있다고 느껴져요. 힘들게 이쪽 생활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 참 안타깝고, 원한다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고 싶어요.”
청순미인의 대명사로 뭇 남성들을 열광케 하지만,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은 좀처럼 전해주지 않는다. 올해 서른 셋. 결혼을 떠올려봄직한 나이다.
“음… 20대 때는 결혼이 빨리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별 생각이 없어요. 그래도 언젠가 예쁜 가정을 꾸리게 되겠죠. 그건 남겨둔 또 하나의 꿈이에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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