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표절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곡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의 옴므 프로젝트 새 싱글앨범 수록곡 ‘뻔한 사랑노래’로 제이슨 므라즈의 히트곡 ‘아임 유어스’(I'm yours)로 도입부의 한마디 가량의 멜로디 라인이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빅히트 측은 이에 대해 “해당 곡들에 대한 내부 모니터링 결과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결론이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구성과 후렴구의 멜로디 진행은 큰 차이가 있다. 방시혁의 곡의 경우 레게 리듬을 보다 전면적으로 내세워 보다 리드미컬 하게 구성된다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 역시 해당곡을 표절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는 미약하다 입장이다.
가요계의 표절논란은 우리 가요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표절의혹은 정확히 말하면 곡의 유사성은 우리 가요가 세계적인 팝 스타들의 히트곡을 레퍼런스 하는 관행에서 비롯된다. 레퍼런스(참고) 곡을 놓고 스타일과 느낌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상당수의 곡들이 완성되다 보니 리스너들의 입장에서는 화성이나 멜로디 전개 곡의 전체적인 구성과는 별개로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레퍼런스 관행은 가수들의 활동 주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 1년에 한 장, 많으면 2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곡들이 만들어지고 발표된다는 것. 실제로 2~3개월을 주기로 신곡을 발표해 활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좀 더 빨리, 전과는 다른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순수한 창작보다는 레퍼런스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현재 우리 가요시장이 이 같은 주기로 활동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데 있다. 유통사가 전체 음원 수익의 5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 가수와 제작자들이 좀 더 부지런하게 활동할 수 밖에 없는 것.
한 가요제작자는 “아이돌 가수들의 활동 주기가 짧고 가수 뿐 아니라 연기, 예능 등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결국 이 같은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부 히트 작곡가에 대한 곡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은 레퍼런스 의존도를 높인다. 곡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히트를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히트곡을 많이 쓴 작곡가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 특히 한번의 실패가 회사 자체의 존립을 위협 할 수도 있는 작은 기획사의 경우 특정작곡가 쏠림 현상의 원인이 된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곡 요청은 많고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담보해야 하며 안전한 히트 공식을 따라야 하는 까닭에 해외의 히트곡들을 레퍼런스 하는 선택으로 몰리게 되는 것. 이 역시 생존문제에서 기인한다.
혹자는 대중문화 특히 대중음악이 지나치게 상업화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순수한 창작의 희열을 통해 완성된 작품으로 하나의 장르적 정의를 만들겠다는 소위 작가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대중음악 뮤지션은 더 이상은 없다는 것. 또 그런 뮤지션을 대중들이 전혀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결국 단지 음악이 돈 벌이의 수단이나 도구로, 일종의 주문생산형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음은 분명 한번쯤 되짚어 봐야 할 문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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