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가수 대세 “나이가 어려요”
가수들의 노래가 유치해지는 이유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연령과 무관하지 않다. ‘죽어도 못보내’를 작사 작곡한 방시혁은 “‘죽어도 못보내’라는 말 자체가 유치하고 어린 친구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는 2AM이라는 그룹의 연령대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으로 어리기 때문이다. 또 2AM의 경우 아이돌로서 나이 많은 팬들은 물론 자신들 보다 어린 친구들의 공감대까지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방시혁은 “‘어려도 아픈 건 똑같아’라는 곡의 첫 소절을 팀에서 가장 어린 진운에게 부르게 했던 것 역시 이같은 의도에서 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아이돌 가수들의 평균 연령대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다. 이들이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은 노래를 가사 속 감정 그대로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 “복잡하게 쓸 이유 없어”
곡의 멜로디가 단순해진 것도 가사를 자연스럽게 단순하고 유치하게 전개시키게 만드는 주요한 이유다. 음악평론가 겸 EBS 음악감독 이대화는 “후크송이 한동한 가요계를 휩쓴 이후 2~4마디 멜로디로 곡을 만드는 방식은 이제 일종의 스탠다드화 되고 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멜로디에 단순한 가사가 붙은 것이 당연하다. 이는 가사가 유치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곡의 주요 멜로디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것은 현재 음원시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가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비유적인 가사보다는 직설적인 가사를 자연스럽게 더 선호하게 된다. 한 가요 제작자는 “곡의 제목부터가 선명하게 각인돼야 한다. ‘내 귀의 캔디’ ‘이태원 프리덤’ 같은 노래는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제목만 봐도 궁금증이 생기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 작사가는 사양 직업군 “작곡가가 작사까지 하는데”
작사가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분명 이같은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작곡가들,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이트라이브, 조영수, 방시혁, 켄지, 강지원, 김기범 스윗튠(한재호 김승수) 등은 작사와 작곡을 병행한다. 가요계에 전문적인 작사가란 직업 자체가 이제 몇 남지 않았다.
이는 댄스곡의 경우 곡의 내용 자체보다 곡을 보다 리드미컬하게 만드는 딕션(발음)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곡가 이트라이브는 “소녀시대의 ‘지’ 티아라의 ‘야야야’ 달샤벳의 ‘수파 두파 디바’ 등의 곡은 특별히 의미가 없을 지라도 독특한 발음을 반복시키는 방식으로 곡의 리듬을 살리고 개성을 각인 시키려 의도 했다. 이는 작사가가 하기에는 다소 힘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 감동보다는 재미 “우리도 심각한거 싫어요”
대중들이 복잡한 가사를 원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혹자는 우리 대중들이 음악을 통해 감동을 받기 보다는 재미와 위로를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재미있는 곡들이 차트에서 대세임은 분명하다. 최근 음원사이트를 강타하고 있는 MBC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를 통해 발표된 노래들, ‘바람났어’(박명수 지드래곤) ‘압구정 날나리’(유재석 이적), ‘순정마초’(정형돈 정재형) ‘죽을래 사귈래’(하하 10cm)나 앞서 언급된 UV(유세윤 뮤지)의 ’이태원 프리덤’ 등은 대부분 순수하게 재미를 위한 노래들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는 것은 하는 것은 대중 음악가의 미덕일지는 몰라도 대중들의 기호만을 쫓아가는 것이 그들의 의무는 아니다. 이럴 때 일 수록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 것도 분명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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