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남(37 보컬 베이스)과 정재우(36 기타 신스)는 1997년 부산에서 에브리 싱글 데이를 결성했다. 그해 전국 록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들은 소위 ‘고수’들이 모인다는 홍대로 상경했다. 이듬해인 첫 싱글앨범을 발표하고 이듬해 정규 1집 앨범을 세상에 내놨다. 막 홍대 신이 꽃을 피울 무렵이었다. 첫 앨범이 나온 지 12년, 에브리 싱글 데이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모멘트’(Moment)로 돌아왔다. 군입대로 탈퇴한 드러머 대신 새 멤버 김효영(33 드럼)을 영입하고 3년 만에 내는 새 앨범이다.
문성남은 드라마 ‘파스타’와 ‘마이프린세스’ 음악감독으로, 부산 동의대학교와 동부산대학에서 강의를 나가고 있는 중이고 정재우는 ‘파스타’ 음악과 각종 세션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김효영 역시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작곡과 드럼을 가르치며 3년간 타이틀곡 ‘다이얼’을 포함해 총 11곡을 완성했다.
문성남은 “에브리 싱글 데이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생긴 일렉트로닉에 대한 관심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시킬지에 대해 고민한 시간들이었다”고 지난 3년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이라는 낯선 도구와 밴드다운 다이나믹의 균형을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지만 사운드의 변화는 별개로 에브리 싱글 데이는 여전히 ‘록 스피릿’(Rock Spirit)을 강조했다. 지극히 1세대 스러운 태도다. 에브리싱글데이는 ‘록 스피릿’에 대해 “한참 클라이맥스로 치고 올라가고 있는, 더 달리고 싶은 순간 ‘여기서 한번 다 같이 가볼까’ 라고 손을 내미는 것”이라며 “어떤 장르든 어떤 표현 방법이든 밴드에는 이런 록 스피릿이 없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이 ‘록 스피릿’으로, 어쩌면 ‘록스피릿’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는지도 모를 10년 전 홍대 이야기가 시작됐다.
문성남은 “산울림 소극장 뒷 쪽 고기집은 늘 음악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공연이 끝난 팀은 공연이 끝나서, 공연이 없는 팀은 공연이 없어서 이곳에 모였다. 공연 기획자도, 라이브 클럽 사장님도 음악하는 사람들도 서로에 대한 역할이나 경계가 같은 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이들이 서로를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일종의 문화 공동체 같은 곳 이었다”고 회상한다.
실제로 이 곳은 단순히 음악인들이 모여 밤새 술을 마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들의 술자리는 또 새로운 밴드들이 태어나고 성장 가능한 문화적 토양이 됐다. 에브리 싱글 데이 처럼 기타 하나 매고 홍대로 올라온 새로운 밴드들은 이곳에서 선배들에게 음악과 ‘록 스피릿’을 배웠다.
10년 만에 강산과 함께 홍대도 변했다. 댄스 클럽들 하나둘씩 생겨나고 상권은 점점 성장하고 확장됐다. 옷가게와 술집들이 빼곡히 들어서기 시작했다. 물론 그 변화가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싼 값에 연습실을 얻을 수 있었던 음악인들이 홍대에서도 주변부로 밀려가기 시작했을 뿐이다.
“타이틀 곡 ‘다이얼’은 최근 홍대, 넓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의 정서적 단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정재우는 “술자리에서 전화번호를 받았는데 다음날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때, 명함은 받았는데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인스턴트한 인간관계의 공허함과 삭막함에 대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다이얼’이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계(휴대전화)와 이야기 하는 시대에 대한 은유이자 상징이다.
에브리 싱글 데이의 가사는 짧고 함축적이다. 대게 3~4줄이 전부다. “분명한 의미를 두고 곡을 쓰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 곡은 듣는 이의 것이 된다. 어떤 누군가가 그 노래를 들을 때는 이미 내 노래가 아니다. 그 사람의 가치관대로 감성대로 해석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그 둘이 일치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된다. 하지만 그걸 강요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에브리싱글데이의 록 스피릿 대로 설명하자면 ‘여기서 한번 다 같이 가볼까’라고 동시에 손을 내밀어도 좋지만 누군가 먼저 내민 손을 잡아주기라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손을 잡느냐 마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변한다. 홍대도 변하고 유행하는 음악도 변한다. 다 변해놓고 변하지 않는 척 하는 사람도 있고 하나도 변하지 않아놓고 변한 척 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에브리 싱글 데이식 화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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