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웬 걸? 직접 만나 본 우리는 마치 애교 많은 동생처럼 살갑게 다가오며 기존 이미지를 완벽하게 깨줬다. 인형처럼 예쁘장한 외모지만 핸드폰 안엔 엽기 사진이 가득하다는 우리. 이 정도면 배신이고, 반전이다. 양파 같은 그녀, 우리의 팔색조 매력을 하나하나 꺼내본다.
평소에도 ‘넌내반’ 한희주 특유의 말버릇인 “그지(거지) 같다” “모야(뭐야)”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된다는 우리는 “드라마 끝난 지 일주일 밖에 안 돼서 그런지 그냥 내 씬이 없어서 촬영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끝났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아쉽고 허전하다”고 말했다.
‘넌내반’은 싱그러운 21세기형 청춘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경쟁 드라마의 아성에 밀려 끝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전했다. 대체로 시청률이 저조하면 촬영장 분위기도 다운되기 마련인데, 관계자들은 여느 드라마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진짜 시청률과 상관없이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이 다들 손 잡아주시고, 안아주시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대해 늘 칭찬해주셨죠. 신인인데도 사랑만 너무 많이 받으며 연기한 것 같아 정말 감사해요.”
촬영장에서 새끼여우 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는 우리에게 괜히 발동 걸려 ‘표민수 PD의 단점 하나만 폭로해보라’고 분위기를 몰고 갔지만 “흉 볼 거리가 진짜 없는 분”이라는 김 빠진 답변이 돌아온다.
“사실 ‘그들이 사는 세상’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감독님이거든요. 팬이라서 긴장도 했는데, 맨 처음 오디션 본 날부터 감독님께 반했어요. 너무 순수하고 착하세요. 더 좋아하게 된 감독님인데다, 흉 볼 게 전혀 없어요.”
실제로 다수의 관계자들이 표민수 PD의 리더십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꼽았다. 최근 불거진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일련의 지적 속에서도 웃음꽃이 끊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드라마를 이끈 수장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는 지난 2002년, 열두 살의 나이에 최연소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신비소녀’로 주목받은 우리는 연예인으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기가 무섭게 일상과의 혼돈에 부딪치게 된다. 평범하지 않은 스케줄 탓에 학교생활부터 녹록치 않았다.
“솔직히 학창시절엔 주위 시선이 아무래도 신경 쓰였죠. 왜 학교에 연예 활동 하는 친구가 있으면 괜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먼저 보게 되는 거랄까. 중학교 땐 머리가 긴 편이었는데, 친구들은 짧은 머리를 하는데 저만 긴 게 왠지 미안하기도 해서 교복 마이 안에 긴 머리를 넣고 다닌 적도 있었죠. 괜히 더 조심하게 되고, 왁자지껄 떠들면 더 눈에 띌까봐 조용하게 되고. 그런데 조용히 있으면 새침떼기 같다는 얘기 듣게 되고요.”
의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변하게 됐다.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안 하고 산 날도 적지 않았고 급기야 대인기피까지 오게 됐다. 지독한 사춘기.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는 없었던 걸까.
“주로 혼자 삭히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을 다른 친구들에게 얘기하긴 미안하더라고요. 연예계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게 당연하니까요. 어릴 때 일을 시작해서인지 막상 연예계엔 마음을 터놓을 정도로 친한 사람이 없었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걱정하실 것 같고, 회사에 털어놓으면 어리광 같고. 혼자 있을 땐 정말 많이 울었죠.”
일찍 찾아온 사춘기는 생각보다 길었지만, 지금은 성장통으로 추억할 정도로 의연해졌다. “사춘기를 그렇게 보낸 게 한편으론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도 의연해지는 면도 있거든요.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안 하고 지낸 적도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주위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았죠. 그 뒤론 성격을 쿨하게 바꾸려 노력했어요.”
“전 그냥 제가 좋았거든요. 그런데 제 의견이라기 보단 남들에게 그런 소릴 들으니까...”
우리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형 사실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우리는 “드라마 주인공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감독님이 ‘얼굴 아래 라인이 마음에 안 드신다’며 캐스팅을 보류해 출연이 무산됐다”며 연기를 위해 성형을 결심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이후 우리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렸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워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상실했다 가까스로 극복해냈다. “어린 마음에 성형이 싫었어요.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 그냥 제가 좋았는데 남들에게 그런 얘길 들어 성형 하게 된다는 게 사실 내키지 않았죠.” 하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연기를 위해 결국 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얼굴라인을 보수한 사실을 당당하게 밝힌 후, 우리의 주가는 오히려 높아졌다. “예능에서 성형 사실을 공개한 뒤로 눈, 코, 입도 성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진짜 이목구비는 엄마아빠가 주신 제 거예요. 양쪽 쌍꺼풀이 달라 사실 눈 화장 하는 게 꺼려질 정도고요. 짝짝이인 게 티 나니까요.” 역시 당당함이 보기 좋다.
스무 살 우리, ‘넌내반’을 시작으로 이젠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발돋움 할 기세다. “이제 뭐 하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약간 멍 한 상태이긴 해요. 사춘기 땐 이 길을 갈지 말지가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갈 것인가가 고민이에요. 진짜 행복하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 게 바로 연기였죠.
지난 8년간 자신을 설명해 준 ‘신비소녀’라는 수식어를 단번에 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신비로울 수만은 없으니까요. 신비소녀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매력을 지닌 매력적인 배우 우리가 되겠습니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주는 우리,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 말미, ‘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도도하지도 까칠하지도, 새침하지도 않으니 다가와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아직 많은 분들이 화보 이미지나 ‘강력반’ 속 강한 이미지를 떠올려주시는데요, 제가 도도하고 새침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동안 고민도 했지만 작품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우리가 전하는 ‘내 이름 잘 검색하는 Tip’
“그냥 ‘우리’ 말고 ‘배우 우리’ ‘탤런트 우리’라고 검색하곤 해요. 그렇게 해도 사실 잘 안되긴 하지만, 그나마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이 저거더라고요. 그래도 비 오빠도 있으니까요(웃음). 사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름 때문에 기사 검색도 잘 안 되고 해서 제 이름이 싫었어요. 그렇지만 요즘 들어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기분 좋아요. 그리고 안 예쁘게 나온 사진 같은 경우, 금방 묻히게 되는 좋은 점도 있네요 호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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