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스타’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오디션의 기본 취지는 재능 있는 인재의 발굴이다. 오디션이 방송과 결합했을 때는 단순한 ‘발굴’의 목적에 머물지 않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은 배경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 있고 시청자들은 이들의 도전이 주는 감동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재미를 느낀다.
수전 보일이나 폴 포츠가, 국내의 경우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허각, 조선족 백청강이 정상에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스토리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을 감화시켰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케이팝 스타’는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활약할 스타를 뽑는데 그 목적이 있다. 물론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역시 결국 ‘상품가치가 높은’ 20~30대 초반의 젊은 도전자들이 결국 우승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 일본이나 동남아, 중국 멀리는 미국에서 활약할 대중가수를 뽑는 ‘케이팝 스타’와는 본질적으로 지원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즉 SM YG JYP가 예쁘고 보기 좋은, 즉 상품가치가 높은 도전자 대신 꿈과 실력과 사연이 있는 지원자들을 선택할 지 의문이라는 것. 일반 시청자들 역시 동방신기나 소녀시대가 되고 싶은 어린 오디션 참가자들에게서 얼마나 큰 감동을 받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SM JYP YG 소속 가수를 왜 시청자가 심사하나?
앞서 제기된 의문점은 SM JYP YG 등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까지 만들었는가에 대한 또 다른 의문점을 낳는다. 실제로 MBC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이 MBC 공채 아나운서를 왜 시청자가 뽑냐는 문제제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 대형 기획사들이 배출해내는 가수들이란 엄격하게 말해 일종의 문화 상품이다. 새로 출시된 TV를 구입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어떤 반도체가 들어있는지 까지 그 반도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까지 관찰하기를 강요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가요계에서 세 연예기획사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영향력을 놓고 봤을 때는 더 하다. SM의 경우 연습생이 된다는 것 만으로도 일정이상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는 곳이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데뷔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직면하게 되지만 실제로 이들 회사의 연습생들은 데뷔 전부터 팬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일정 이상의 프리미엄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각 소속사를 통해 진짜 상품으로 출시되기 전 방송을 통해 전폭적인 사전홍보를 하게 되는 셈이고 과연 이것이 과연 업계 전체로 봤을 때 공정한 경쟁이냐는 점도 의문점이다.
해외 수출용 가수, 왜 우리가 뽑나?
최근 Mnet과 MBC가 자사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을 서로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며 그동안 ‘타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출연 불가’라는 냉랭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녹아내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SBS ‘케이팝 스타’가 등장하면서 이 같은 해빙 분위기는 다시 경직될 것으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케이팝 스타’가 ‘기적의 오디션’ 후속 시간대로 편성될 경우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또 종편이라는 방송환경의 변화을 앞두고 오디션 프로그램은 ‘안정된 콘텐츠 확보를 위한 전속 개념의 연예인 생산’이라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각 지상파 방송사의 치열한 연예인 섭외경쟁이 불가피 한 시점에 자사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은 마치 공채 가수나 탤런트 처럼 유용한 콘텐츠가 될 것이기 때문. .
현실적으로 ‘케이팝 스타’ 출신 가수들이 KBS나 MBC에서 활약이 활발할지는 불투명 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국내 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결국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위한 콘텐츠로 전략적으로 포지셔닝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수출용이 될 가수들을 왜 우리 일반 시청자들이 뽑아야 하느냐는 의문점이 생긴다. 일본에서 일본인들 앞에서 노래할 중국에 가서 중국인들 앞에서 노래할 가수들은 일본인들이나 중국인들이 뽑는게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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