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시간동안 아무도 없는 집에 알몸으로 쇠사슬에 묶인 채 감금 당했다. 한국에 연락해 돈을 송금해준 후에야 풀려났지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괴한들의 감시를 받아야했다.
노씨처럼 납치당해 돈을 갈취당한 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이미 2008년부터 필리핀 관광지역은 납치주의보가 내려졌다. 동행을 찾는다는 쪽지를 받은 권모씨가 당한 수법도 노씨와 일치했다.
눈을 가리고 은신처로 데려가고, 괴한들은 흔적을 안 남기기 위해 치밀했다. 그런데, 지난 8일 이들 조직원 중 한 명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그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가 24일 ‘위험한 동행-필리핀 관광객 표적 납치’ 편을 통해 필리핀 세부 지역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노리는 납치 조직의 실체를 추적한다.
제작진은 필리핀 경찰과 함께 동행 취재를 통해 범인들이 은신처로 사용했던 집과 그들의 주활동 근거지까지 추적했다. 범인들이 납치 대상자에게 환심을 얻기 위해 건네준 기념품 포장 비닐에서 지문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문 분석 결과, 범인은 지난 2007년 안양 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용의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0월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다 실종된 전 공군 장교 윤모씨에 대한 사연도 전한다. 윤씨는 카드를 잃어버려 다른 카드의 사본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걸어왔고, 그 카드에서 수천만원이 인출됐지만 그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윤씨의 돈은 필리핀의 한 환전소를 거쳐 국내 대포통장
제작진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는 용의자 3명을 공개 수배해 더 이상 비슷한 납치 범죄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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