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을 뛰어넘은 위대한 사랑, 정의와 신의의 가치 그리고 희망을 말하다
비극을 위한 비극은 없었다. 6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비운의 벗’ 승유(박시후 분)와 신면(송종호 분)이 안타까운 마지막 결투를 벌이던 중 죽음을 앞에 둔 신면은 죽은 스승이 남긴 말대로 ‘서로를 살리는 벗’이 되었고, 피의 군주에서 백발의 노인이 된 수양(김영철 분)은 회한 어린 눈물과 미소로 딸 세령(문채원 분)을 지켜보는 의미 있는 모습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산골아낙이 다 된 세령과 눈이 먼 승유는 비록 공주와 명문가 자재의 화려한 인생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였고 모진 풍파 속에서 지켜낸 사랑으로 그들은 비로소 평안해보였다. 단순히 '두 청춘남녀의 아련한 사랑'이 아닌 작품의 모티브가 된 ‘금계필담’이 왜 백성들 사이에서 회자됐는지 의미를 잘 살려준 듯 했다.
또한 “눈을 잃었으나 마음을 되찾았고 복수를 잃었으나 그대를 얻었소”, “그대와 함께 할 것이니 두렵지 않소”하는 승유의 대사와 승유-세령이 사랑을 시작할 때 주고받던 시구를 둘의 사랑의 결실인 딸아이가 읊어주는 가운데 극 초반 두 사람을 이어준 ‘말’을 타고 함께 달리는 마지막 모습은 시청자들을 가슴으로 웃고 울게 하며 뜨거운 감동을 남겼다.
'공주의 남자'를 연출한 김정민 감독은 “주인공들의 위대한 사랑 외에도 비극 속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드라마로서 이 시대에 정의와 신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계속 실패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삶이 존중받고 그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드라마로 그리고 싶었다. 그런 의미 있는 드라마로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극 그 이상의 사극. 뻔한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써내려간 ‘또 하나의 역사’
'공주의 남자'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달랐다. 가장 극적이어서 사극에 많이 다뤄졌던 ‘계유정난’이라는 사건과 ‘수양대군’이라는 인물을 상투적이지 않게 새롭게 그려냈다.
드라마 속 배경은 ‘계유정난’이었지만 핵심 스토리는 ‘계유정난’ 관계자의 2세들의 ‘사랑’이었다. 다른 사극에서는 중심사건으로 다루어졌던 ‘계유정난’이 '공주의 남자' 속에서는 승유와 세령의 사랑에 가장 큰 장애를 주는 배경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표현이 약했던 것도 아니다. 로맨스와 정치적인 부분이 절묘하게 오가며 긴장감과 설렘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쥐어, ‘유령커플’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더욱 살았던 것이다. 바로 이 조합이 전 연령층을 사로잡은 독보적인 매력이 되었다.
수양대군 역시 다른 작품들 속에서 보았던 권력욕과 피에 물든 모습만 그려진 것이 아니었다. '공주의 남자' 속 수양은 세령의 ‘아버지’였다. 왕위의 야망에만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 딸을 사랑하는 보통의 아버지였다. 최종회에선 죽은 줄 알았던 승유와 세령이 살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또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던 수양의 ‘참회’였다. 이 모든 것이 다 수양이 ‘아버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감정, 그려질 수 있던 모습이었다.
◆배우들의 발견 혹은 재발견 ‘진정한 배우의 탄생’, 전 배우들 상상초월 주가 상승
연출, 대본, 음악의 완벽한 3박자와 함께 극의 몰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한 누리꾼은 '공주의 남자'를 “비극적인 스토리에 울고, 연기자들의 호연에 웃는 멋진 드라마”라고 평하기도 했다.
'공주의 남자'는 ‘연기파’ 배우들을 다시금 돋보이게 해준 작품이 됐고, 몇몇 배우들을 ‘진정한 배우’로 한 번 더 발돋움하게 해준 터닝포인트가 됐다. 주연들뿐만 아니라 조연, 아역 배우들까지도 주가가 상승했을 정도로 ‘공남’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박시후와 문채원은 그야말로 '공주의 남자'를 통해 ‘물이 올랐다’고들 한다. 역사적인 소용돌이 안에서 모든 모진 풍파를 다 겪어내며 그들의 사랑을 처절하게 지켜낸 승유와 세령처럼, 두 배우는 격변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진정한 배우로서 성장했다.
'공주의 남자' 김정민PD는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열심히 했고 각기 다른 감정표현으로 캐릭터와 극을 완성했다. 특히 박시후와 문채원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게 느껴질 만큼 기대이상으로 굉장히 잘해줬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캐스팅에 흡족한 드라마였다”며 끝까지 배우들을 극찬했다.
◆전 세대 사로잡은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그 비극에 눈물 흘리고 그 사랑에 감탄했다
원수 집안의 남녀가 사랑하는 얘기라는 진부했을지 모를 스토리를 '공주의 남자'는 실제 역사와 야사 속에서 마치 실화처럼 그려냈다. 완벽한 허구였던 ‘로미오와 줄리엣’과 달리 '공주의 남자'는 역사, 야사, 허구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다.
사극에서 통하기 힘든 로맨스를 과감히 시도했고, 그 로맨스를 결코 가볍지 않게 역사 테두리 안에서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그렇게 역사와 맛있게 버무려진 ‘원수의 운명’ 속 사랑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샀고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빼어난 영상미와 더불어 조선시대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美사극(아름다운 사극)’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한 누리꾼은 '공주의 남자'를 “역사를 왜곡해주길 바랐던 최초의 사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공남’은 실제 역사와 허구의 상상력을 오가며 논픽션처럼 시청자들을 이끌고, 픽션처럼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런 독보적인 매력으로 사극 취약 층까지 흡수, 전 연령층을 사로잡으며 의미 있는 작품으로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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