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일 개봉한 영화 ‘완득이’에서 무협작가 호정으로 열연,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완득이’는 반항아 학생 완득(유아인)과 완득을 구제하려는 독특한 선생 동주(김윤석)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옆집 여자 효정은 동주 선생이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저는 꾸며진 캐릭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완득이’ 시나리오의 따뜻함이 저를 강렬하게 끌어당겼죠. 또 그동안 신었던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낮은 신발을 신고 편안한 모습, 비누 냄새가 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웃음)
최근 끝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다녀왔다는 그녀는 ‘완득이’를 4000여명과 함께 관람하며 “영화와 바다가 있어서 낭만적이었고 관객들이 좋아해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좋은 기억을 전했다. 연신 싱글벙글 웃는 모습에 주위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박효주가 맡은 효정은 영화의 원작 소설에는 없었다. 이한 감독이 ‘동주 선생의 개인사는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호정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모티브는 김려령 작가다.
박효주는 “‘동주 선생은 왜 노총각이지?’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시작된 게 호정이라는 인물”이라며 “어떤 여자를 동주 옆에 붙이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만든 인물이 작가였고, 호정이 무협작가이긴 하지만 원작자인 김려령 작가가 영화 속에 반영이 됐다”고 전했다.
그녀는 “원작에 없던 인물이라 연기하기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또 “원작을 쓴 분이 싫어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캐릭터를 좋아해줬고, ‘이런 인물을 자신도 만들어 소설 속에 넣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안도했다.
박효주는 주변 지인 중에 다양한 작가들이 많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또 이전에 읽지 않았던 무협소설도 읽고 도움을 얻었다. 단기간에 몇 권을 독파했고, 선배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무림과 현실 세계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완득이’에서 달달한 로맨스를 펼친 김윤석과는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와 영화 ‘추격자’ 이후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예전에는 무척 먼 관계였어요. 서로 대사는 주고받았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호흡과 대사를 주고받고 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잡지모델을 시작으로 연예계에 들어왔지만 원래는 무용을 공부한 그녀였다.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접고 조금 방황했고, 연극무대와 TV, 스크린을 종횡무진했다. ‘과연 이 길을 계속 걸어도 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다양하게 돌아다녔지만 결론은 하나였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향한 욕구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죠. 많은 경험이 중요했어요.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0대는 바쁘게 지냈거든요. 아직 얻고 싶은 것은 많지만 20대를 방황하며 ‘이 직업을 평생해도 행복하다’라는 결론은 확실히 내렸어요.”(웃음)
박효주는 “30대가 되면서 느껴지는 감성이 무척 좋은 것 같다”며 “지금이 더 뜨겁고 열정적이며 낭만이 있는 것 같다. 30대의 첫 영화가 완득이라서 감사하다”고 좋아했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면 좋을까. ‘소녀K’를 촬영하면서 “파스로 샤워를 할 정도였다”는 그녀지만 “힘들면 힘들수록 보람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느슨하게 연기하며 느껴지는 허무함보다는 지독함 뒤에 오는 보람감이 낫다는 설명. 힘들게 배운 것도 있고 또 “액션의 진한 맛은 몸이 기억한다”며 이번에 무협 소설 작가를 연기했으니 무협극을 하고 싶단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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