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26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 EBS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내달 첫 주까지만 방송키로 한 심의실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중용, 인간의 맛’은 한신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중용’ 강의를 EBS가 중계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지난 9월 5일 시작돼 현재까지 총 16부가 방송됐다.
김 교수 특유의 화법과 명쾌한 해설로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는 ‘인간의 맛’은 당초 내년 1월 까지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11월 1주차까지만 방송되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결정돼 논란이 일었다.
현재 8회분의 강의가 이미 촬영을 마쳤음에도 불구, 전파를 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 이날 김 교수는 “어제 갑자기 오후 3시에 외주 담당 부장이 오더니 ‘심의실의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라며 다음 주로 끝이라 하더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방적 통보라 하자 ‘심의실은 그런 권리가 있다’고 답하더라.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어느 시절이라고 아무 상의도 없이 강의를 그만 하라고 통보를 하는가. 단군 이래 인류의 지혜에 대한 이런 모독은 이 땅에 없었을 것이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한 EBS 측 설명은 달랐다. EBS 박성호 홍보부장은 “김용옥 교수가 일방적으로 방송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비속어 사용과 종교비하 표현 등으로 심의실의 지적을 몇차례 받았음에도 불구 개선이 되지 않자 심의실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으며 이를 제작진이 김 교수에게 전달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수는 특정 종교 편향 발언 및 거친 언어 표현이 문제가 됐다는 방송사 측 입장에 대해 “이 강의는 신학대학에서 출발한, 신학자들의 공증을 받아 시작된 강의로 신학계, 교계로부터 어떤 이의 제기도 받은 적이 없다”며 “그간 편지도 많이 왔고 전화도 많이 받아 쌓인 게 많기 때문에 그 압력을 버틸 수 없었다면서도 구체적인 건 말 할 수 없다 하더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한 외압설에 대해 김 교수는 “이번 강의는 평생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고전에 모든 걸 담아 포괄적, 집약적으로 한 거지, 특정 정권 비판에 대한 건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든 고전에 담긴 진리만을 얘기하겠다는 거였다. 고전에 담긴 진리가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강의와 함께 출간된 김용옥의 책 ‘중용 인간의 맛’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공자의 말을 빌어 “대도가 은폐하게 되면 천하를 사가(私家)로 삼아 재물을 모두 자기 한 몸만을 위해 저축하고, 국민의 실수요와 무관한 토목공사만 늘어난다”며 “합리적인 예(禮)에 근본하지 아니 하는 자가 최고의 지위에 있는 사회를 재앙의 사회라고 불렀다”고 적었다.
한편 이와 관련해 EBS 측은 “방송에서 4대 강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다. 외압과 관련된 주장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못 박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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