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투표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애초 공정성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투표권은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하나의 표를 가지고 있을 때 본래 의미를 가진다는 것. 열성적인 팬들은 조직적으로 중복 투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가수의 중복투표를 하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이를 독려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신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방법 등은 이제 일반적이고 인터넷 쿠키를 삭제하는 등의 전문적인 방식도 성행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시상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Mnet ’엠카운트다운‘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등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 인 것. 또 최근에는 K-팝 열풍에 따라 이 같은 열성팬들도 덩달아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 해외 시상식의 경우 해당 주최측이 중복 투표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막을 방법을 마련해 놓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내 가수가 네티즌 투표에서 해외 톱스타를 누르고 수상하는 것은 ‘쾌거’라기 보다는 부끄러운 ‘꼼수’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시상식에서 온라인 투표를 포기 하지 않는 이유는 시상식의 화제성 때문이다. 음원유통사 주최의 시상식은 기본적으로 음원 및 음반 판매량을 통해 수상 여부가 결정된다. 유통사 별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판매량 데이터를 놓고 수상여부가 결정되는 까닭에 이미 어느 정도는 윤곽이 나온 상태에서 시상식이 진행되는 셈이다.
올해 앨범 판매량은 가온차트 10월까지 기준으로 슈퍼주니어의 정규 5집 앨범 ’미스터 심플(Mr. Simple)’이 32만9035장으로 1위, 동방신기의 ’왜(Keep Your Head Down)’가 24만4128장이다. 이 데이터에는 변수가 있을 수 없고 이미 수상자가 결정된 김 빠진 시상식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온라인 투표를 적게는 5% 많게는 20%씩 포함시키는 변수를 적용함으로써 가요 팬들에게 긴장감을 주고자 하는 것. 이에대해 멜론 뮤직어워드 관계자는 “투표 자체가 수상자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상식을 알리고 참여시키기 위한 수단이다”고 설명했다.
가요 전문가들은 연말 시상식이 앨범 판매량과 네티즌 인기투표로 결정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앨범 판매량으로 대변되는 인기는 평소 차트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대중음악 전체의 성장과 방향을 평가하게 되는 연말 시상식까지 이 같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권위의 시상식들 중 앨범 판매량과 네티즌 투표로 시상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미 시상식의 경우 프로듀서, 가수, 평론가, 음반사 관계자등이 포함된 전미 레코딩 예술과학 아카데미(NARAS)의 1만 3천여명의 회원 투표와 음반판매량, 레코딩 완성도, 대중음악 발전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기준에 포함시켜 수상자를 선정한다.
매회 반복되는 시상식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네티즌 투표의 부정행위를 방지해 보다 공정하게 진행 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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