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수상하다.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에 등장하는 '언니그룹' 댄싱퀸즈의 해외파 멤버 라리. 미국 콜로라도 출신이라는데 추임새는 왠지 오버스럽고, 가끔씩 머뭇대며 허둥대는 억양이 구수하면서도 정겹다.
아하. 알고보니 실제로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상경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목포 처녀였던 것. 인생에서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을 같은 '라도' 돌림자 지역인 콜로라도 출신이라고 속이고 댄싱퀸즈에 합류한 인물이다.
극중 라리는 건들거리며 껌을 쫙쫙 씹는 범상치 않은 포스로 뒤늦게 댄싱퀸즈에 합류한 엄정화(엄정화 분)에게 "청소는 막내가 하는 거, 알지?"라며 연습실 청소를 시킨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평범한 아줌마 정화에게 감정이입을 한 관객들이 보기엔 이보다 더 얄미울 수 없다.
"싹싹 청소하라고 강조한 부분, 특별히 힘 줘 연기한 건 아니고 그냥 애드리브였는데 보는 분들마다 너무 얄밉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얄미워 보일줄은 몰랐어요(웃음)."
"껌을 좍좍 씹는 것도 제 설정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해외파 출신으로 위장한 건들거리는 라리 같아 보일까연구하다 매니저에게 부탁해 껌을 사와달라 했죠. 풍선껌 씹는 설정이 잘 먹힌 것 같아 기분 좋아요."
남도 사투리가 익숙치 않았던 오나라는 라리 역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목포 출신 동료에게 강도 높은 교습을 받았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콜로라도도 애드리브였어요." 오나라에 따르면 라리가 원래는 미국 LA 출신으로 돼 있었는데, LA로 하면 그냥 심심할 것 같아 이한위와 얘기하던 도중 "같은 '라도'니까 콜로라도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로 모아졌다는 것.
'왓 더 퍽' 등 라리의 맛깔나는 대사들도 촬영 중 자연스럽게 나온 애드리브였다 하니 이쯤 되면 애드리브 여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법 하다. 놀라움을 표하자 오나라는 "라리를 통해 보는 재미 더해드렸다니 기쁘다"며 싱긋 웃었다.
혹시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간 덕분인걸까? 오나라는 손을 저었다. "계산해서 나온 건 아니에요. 철저하게 계산하면 오히려 연기가 잘 안 되는 스타일이에요. 순간순간 떠오르는 걸 표현해보는 거죠. 라리의 감정에 이입해 그때그때 느껴지는대로 보여드리는 게, 진실성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한창 '댄싱퀸' 얘기를 하던 도중 눈에 띈 것은 바로 오나라의 긴 생머리였다. "영화를 생각하니 지금 앞에 계신 분이 라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그 머리 속에 숨겨진 진짜 제 머리에요"라며 영화 속 헤어스타일이 가발이었다고 밝혔다.
"라리의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할까 스타일 팀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에 마침 김완선 씨가 컴백을 했어요. 그의 부스스하고 붕 뜬 머리를 재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스타일 팀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죠. 대박 예감이었어요 하하."
한편 개봉 4주차인 '댄싱퀸'은 지난 9일까지 291만7,892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마스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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