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은 “아쉬움이나 후회 없이 여치의 100%를 보여줬다”고 웃었다. 그는 “다른 이유는 없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 뒤 머리 색깔이나 스타일에 변화를 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 또 배시시 웃었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백여치는 시청자들을 제대로 몰입시켰다. 정려원을 향한 칭찬과 호평이 잇따랐다. 모르긴 몰라도 이 드라마가 끝나고 ‘정려원 드디어 한 풀다’라는 기사가 10건 이상은 쏟아졌다. 흥행 운이 없던 배우였기 때문이다. 정려원의 전작들 가운데 체감 온도와 실제 흥행이 사뭇 다른 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었다.
그는 “솔직히 이런 캐릭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처음 도전했을 때 저항도 있을 것이고, 욕도 많이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게 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식구로 받아들여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좋아했다.
정려원은 호주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드라마 중반에 응원 차 한국에 오려고 했을 때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여치는 엄마, 아빠가 없는데 그 기간 동안은 주위에 어떤 사람도 없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 괜히 아빠를 만나면 투정부릴 것 같아서”란다.
“이제야 평소와 같은 딱 맞는 역할을 맡았다고 하시던데 조금은 서운했어요. 저는 남한테 상처를 잘 받아요. 항상 거절도 잘하고 옳고 그름을 잘 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쉽지 않아요. 제 성격 가운데 없던 부분을 끄집어 내 준 게 여치라는 캐릭터에요. 그래서 도전한 이유도 있죠.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지만요.”(웃음)
여치하면 또 욕을 빼놓을 수 없다. ‘니조랄’, ‘후라보노’, ‘십장생’, ‘신발’ 등 나열조차 힘든 욕을 가장(?)한 단어들이 50개가 된다. 아니, 정려원의 표현대로라면 50가지가 훨씬 넘는다. 이 단어들을 외우느라고 고생했다. 한번은 너무 어려워 포스트 잇에 적어서 커닝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솔직히 스트레스를 풀려고 욕을 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정려원은 “욕을 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 받기는 처음”이란다. 틀리면 정색하고 연기를 이어가면 되는데 그게 안 돼 장황한 대사를 외워야 했다.
힘들긴 했지만 좋은 점도 발견했다. 차기작을 선택할 때 고려사항일 수도 있겠단다. 선배들과 마주보고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기 때문. “선배님들과 연기를 하면 이번엔 도대체 어떤 칼을 갈아왔을지 기대가 되더라고요. 선배님들 연기 보면 기가 막혀요. 입을 ‘헤~’하고 벌리고 있죠. ‘정말 내가 열심히 안 하면 깔려 죽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베테랑이랑 연기할 때, 시간이 지나가면 제 실력을 감출 수 없어 민망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주위에서 조언을 해주니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좋아했다. 또래 집단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보여주기 싫은 것도 선배들에게는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됐다. 정려원은 특히 “범증을 연기한 이기영 선배는 천사”라며 “같이 연기하는 신이 없는데도 항상 챙겨주고 촬영이 없을 때도 와서 힘내라고 했다”고 고마워했다.
정려원은 일단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백여치 같은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는 것. 또 “호기심이 많은데 은근히 겁도 많다”며 “두려움이 없어지면 외국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여지를 남겼다.
“일단 어떤 한 신의 연기를 녹화해 보내주면 되거든요? 그 다음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야 하는 건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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