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은 천장을 보며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솔직히 촬영하면서 제대로 ‘몇 시간 잠을 잔다’고 정해놓고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쪽잠을 자는 게 전부였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랬죠. 인기 실감은…이렇게 막상 외부를 돌며 사람들을 만나니 좀 느끼는 것 같아요. 어딜 가도 막 소리 질러 주시고, 환대 해 주셔서 솔직히 얼떨떨하더라고요. 덕분에 ‘해를 품은 달’ 이 끝나고 ‘훤’ 후유증 같은 건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냥 정신이 없이 지내고 있죠”라고 답했다.
전국의 안방극장을 강타한 MBC ‘해를 품은 달’, 순도 100% 청춘 멜로 사극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정작 배우들과 제작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여진구, 김유정, 이민호 등 아역들의 열연으로 성인 배우들은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배우들은 패닉상태에 빠지기까지 했다고.
“처음 기획안을 보고 원작까지 읽게 됐어요. 이 훤이라는 캐릭터가 참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이더군요. 물론 어렵긴 하겠지만 ‘만약 내가 잘 한만 한다면 그의 매력은 모두 내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시다시피 아역 친구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해 성인 배우들이 크게 부담감을 갖게 됐죠. 역시나 아역 분량을 늘리라는 시청자의 요청, 연기력 논란에 ‘훤’ 에 대한 압박감이 커졌어요. 연기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 거죠.” 한 층 진지해진 눈빛으로 그가 목을 가다듬었다.
“저를 이끌어준 것이 선배들과 감독님이었어요. 특히 정은표 선배께 감사드려요. 정말 사랑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심으로 대해 주셨어요. 매순간 힘들 때마다 조언을 해주셨고, 긴장도 많이 풀어주셨어요.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특히 감독님이 그런 저를 믿어주셨어요. 촬영 내내 제가 가야할 방향을 잡아주시고 뒤를 힘껏 밀어주셨죠.” 이전보다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촬영 당시 겪었던 어려움, 고민들이 필름처럼 떠오르는 듯 했다. 고마웠던 선후배, 동료들을 떠올리던 그의 얼굴에서 엷은 미소가 보였다.
“아…. 한가인 누나요?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어요. 둘 다 낮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촬영 때 참 말도 없고 조용했거든요. 그러다가 차츰 차츰 편해졌어요. 최종회에 가서는 서로 안고 연우에 기대 눈물 흘리는 장면이 있어요. 훤으로서 연우에게 기대고 의지할 만큼 편해졌어요. 연기력 논란은 솔직히 저도 있었어요. 실제 연기 혹평에 대한 글도 직접 읽었는걸요. 배우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이 성숙돼 가는 과정에서 겪는 일정의 과정 같은 거 아닐까요? 제가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방송의 내 모습에 몰입도가 깨지거나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거든요. 그런 맥락이겠죠. 사랑받는 배우가 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질문임에도 불구, 그는 굉장히 담담하게 또 솔직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만인의 라이벌이 된 그, 정작 김수현이 생각하는 라이벌은 누구일까?
※2편에 계속…이번주 [현장의재구성]은 쉽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