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은 지난 3일 MBC 노동조합과 서래마을 자택에서 1시간 여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주 지역에서 열리는 토크 콘서트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는 김제동은 자신이 없는 사이 의혹과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동은 지난 2010년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찾아온 데 대해 "노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도식 전후로 방송 쪽을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분들이 가볍게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아는 분을 통해 연락해왔다"고 밝혔다.
김제동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고 두번째 만났을 때 친해졌다 생각도 했다. 추도식 조금 전이었는데 '추도식 가냐' 묻더라. 간다고 했더니 '명계남, 문성근 같은 사람들이 가면 좋지 않냐',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냐, VIP께서 걱정하신다'고 하더라. 난 잘 사니까 다른 걱정하시고 나에 대한 걱정은 접으라 그랬다"고 털어놨다.
김제동은 "쪼잔하고 찌질하다고 생각해 그간 이 일을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조차 없는 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을 공개한 사유를 공개했다.
그는 "억압이나 무거운 무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들, 그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고 이 정도로 억압이나 탄압을 받았다고 얘기하면 그건 찌질하다. 국정원 직원들이 찾아왔어도 나는 집에 가지 않았냐? '고문당한다, 끌려간다' 그랬으면 추도식 안간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협박이나 탄압이라고 생각 안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제동은 "협박이나 외압 이런 게 겁나는 게 아니고 (사찰 문건에) 내용이 없다, 그게 제일 무섭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며 "상상이 된다. 자꾸 움츠러든다. 암묵적으로 느끼는 불안, 사찰 탓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건 그것이다. 알아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동은 이어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나는 빨갱이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좌파 연예인의 기준이 뭔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검열"이라고 맥을 짚었다.
김제동은 "나는 한 여성에게 내밀하게 사찰 당하고 싶은 한 남성이다. 민정씨하고는 연애할 수 있지만 민정수석하고는 연애할 마음이 없다"며 "나는 최대한 웃겨야 되는 사람이고 이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다. 다만 나는 (이 상황을) 코미디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고 씁쓸해했다.
김제동은 "옛날 같았으면 국정원 직원, 경찰청 정보과라하면 바짝 얼었을 거다. 제 자랑입니다만 그 정도 사람들은 별로 겁도 안 난다"며 "인터뷰를 하는 이유도 나는 역으로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나를 더 어떻게 하겠냐. 나는 쓱 잡아가면 난리 난다. 문제는 그런 힘조차 없는 사람들한테 국정원 직원이 찾아가 그런 일 하지 마십쇼. 그러면 폭력이다. 그게 가장 심각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제동은 "핵심은 (당하는 사람이) 회유나 협박으로 받아들였냐는 것, 동일한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했을 때 그 사람들이 아픔을 느꼈다면 사과해야한다"며 "나는 찌질하고 쪼잔하게 싸우고 싶지 않고, 별 지장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김종익씨나 여러분들 그분들에 관해서는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제동은 정부를 향해 "문건에 제 이름을 적어주셔서, 신문 1면에 제 이름 나가게 돼서 감사합니다"라며 "국가 기관이 조사해도 흠결이 없는 남자다 발표를 하세요. 웬만한 결혼정보회사보다 조사 잘 했을 것 아닙니까. 나이나 외모 빼고는 큰 흠결이 없다고 발표를 해줘요. 서로 이렇게 '퉁치자'니까요"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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