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으로 인해 ‘1박2일’ 주요 제작진이 빠진 가운데 KBS 측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코 ‘1박2일’ 결방사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체인력을 꾸려서라도 정상 녹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KBS 측의 자신감은 최재형 메인 PD를 비롯해 조연출, 작가 등이 참여하지 않고 편집 요원 2명만으로 편집을 완성한 지난 8일 전남 강진 편이 거둔 성적이 큰 영향을 끼쳤다.
통상 ‘1박2일’은 제작진과 멤버들이 1박2일간 여행을 떠나 촬영을 진행한 뒤 최재형 PD 등 총 8여명이 참여해 3~4일에 걸쳐 편집 작업을 마친다. 하지만 지난 전남 강진 편은 ‘편집 요원’ 2명만이 참여한 것. 이날 방송분은 기존의 ‘1박2일’ 이 아닌 것 같다는 다수의 시청자 평에도 불구, 전국 시청률 21.8%(AGB닐슨 기준)을 기록하며 일요예능 1위 왕좌를 굳건히 했다.
이에 따라 KBS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메인 제작진이 빠졌음에도 불구, 완성도 부분에서 문제가 없다. 그 잣대가 되는 것은 결국 시청률인데 ‘1박2일’은 여전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지난 촬영에서 방송 분량을 충분히 확보. 예정된 2회 방송 외에도 보여줄 미공개 영상이 많다. 파업 중인 제작진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대체 인력을 가동해 정상 방송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S의 이 같은 자신감에는 굉장한 오류와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간 ‘1박2일’은 갑작스런 멤버 교체, ‘소재 고갈’ 등 한계에 대한 지적, 나영석PD 하차설, 강호동 하차 등 무수한 사건과 루머 속에서도 단 한 번의 흔들림 없이 ‘국민예능’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는 ‘1박2일’을 구성하는, 사랑받게 하는 진정한 힘은 어느 개인의 힘이 아닌 제작진과 멤버 간 끈끈한 팀워크와 ‘대한민국 곳곳의 아름다움, 소중함을 친숙하게 일깨운다’는 근본적인 모토에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요일 저녁, 남녀노소 연령을 불문하고 어떤 거부감도 없이, 습관적으로 ‘1박2일’을 보게 하는 이 치명적인 힘은, 바로 지금껏 제작진, 멤버, 시청자 모두가 함께 쌓아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항상 보던 그림이지만, 아직은 어색한 7멤버의 조합이지만, 그래도 결국은 또 웃으며 즐기게 되는 본능적인 정과 친근함이 ‘1박2일’의 치명적인 마력인 셈이다.
때문에 조금 완성도가 떨어졌다고 해서, 멤버가 바뀌었거나 혹은 변동이 생긴다고 해서 ‘1박2일’의 시청률이 한 순간에 곤두박질 칠 확률은 희박하다. 이는 곧, 편집위원 2명이 완성한 ‘1박2일’이 완벽했기 때문에 1등 시청률이 유지된 것이 아니라 그간의 ‘1박2일’이 쌓아온 자취가 있기에 이 같은 위기에도 불구,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1박2일’의 부모 격인 KBS는 이 같은 점을 이용해 “내용이 어떻든 방송만 되면 그만, 그 정체성이 변질되든 말든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이라는 식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상 방송이냐, 결방이냐’ 사항은 시청자와의 기본적인 약속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방송을 만들겠다’고 공식적으로 외치고 고수해온 기획의도 역시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착하다간 그간 들여온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
앞서 방송된 8일 방송분은 그간의 ‘1박2일’도 타사의 ‘런닝맨’도, ‘무한도전’도 아닌 그야말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그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통상 ‘1박2일’ 미션 속에는 그 고장의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 음식 등을 깊숙이 느낄 수 있게 했지만 이날 방송분은 그저 경쟁 프로그램 ‘런닝맨’의 콘셉트를 연상케 하는 단순 재미 위주의 ‘추격전’이었다.
새로운 스타 멤버들의 조합으로 아직 완벽한 착지와 자연스러운 거리 조절이 필요한 시점에, KBS의 ‘팀워크’의 중요성을 간과한 이 같은 자세는 향후 ‘1박2일 정체성 상실’이라는 대 위기를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1박2일' 한 멤버 관계자는 “앞으로도 어떻게든 방송은 나가겠지만 ‘1박2일’다운 방송이 아니라면 굉장히 속상할 것 같다. 있는 그대로, 함께 온 제작진과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우리 역시 미션 자체를 떠나 그 과정에서 다양한 추억과 명소의 아름다움을 새기고 온다. 이런 많은 부분들이 제대로 담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1박2일’ 제작 관계자 역시 “지난 8일 방송분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 그냥 ‘1박2일’이 아니었다. 내 옷이 아닌 느낌”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예능국 한 관계자는 또 "국민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춘 많은 프로그램을 생산해야 할 KBS가 정작 불피요한 제약을 가하며 창조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 연예인, MC 등 출연자들은 물론 시시때때로 이해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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